김정일은 `하얼빈’, 北TV는 `안중근’

중국을 방문중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9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밤 `안중근 이등박문(이또 히로부미.伊藤博文)을 쏘다’를 방영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11시44분부터 오후1시까지 1시간16분간 `조선예술영화’ 코너에서 이 영화의 1부를 방영했고, 오후 9시30분부터 10시40분까지 1시간10분간 제2부를 방영했다.


이 영화는 북한 조선영화촬영소가 1979년 제작한 2부작으로 우리 민족과 일제 사이의 민족 모순과 대립 관계를 기본 축으로 삼아 안 의사의 반일 애국사상과 이또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일제의 침략 본성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영화광’인 김정일 위원장이 영화 제작에 직접 간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영화는 또 제작 직후 상하이영화촬영소의 저명한 성우들이 더빙해 중국에도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1980년대 초반 중국에서 안중근 열풍을 일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한에서는 고 김일성 주석이 1928년 1월에 같은 제목의 혁명연극을 직접 창작해 만주 지린(吉林)시와 두만강 지역에서 공연한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이날 영화상영은 29일이 한일병합조약 공포 10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하얼빈 방문 의미와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병합조약 공포 100주년을 맞아 `항일’의 도시인 하얼빈을 방문함으로써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하던 이른바 `혁명 1세대’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하얼빈은 김일성 주석의 혁명 동지였던 김혁이 이곳에서 빨치산 운동을 벌이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1930년 8월 랴오닝성 뤼순 감옥으로 옮겨져 사형을 당하자 김 주석이 하얼빈에 한달간 머물면서 김혁 체포 경위를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과 동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동북 3성의 항일혁명 유적지를 차례로 답사하고 있는 것은 내달 초순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3대 세습의 명분 쌓기를 위한 ‘혁명 정통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