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원자바오 회담, 核협상에 돌파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평양회담에서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북핵 6자회담 복귀 용의를 밝힌 것은 북핵 협상에 돌파구를 여는 중대 발표라고 할 수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날 미국과 협상 진행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핵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6자회담 재개 절대 불가”를 외쳐오던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힘으로써 작년 12월이후 거의 일년간 중단돼온 6자회담은 재개에 유리한 진전을 가져왔지만 아직 재개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국의 한반도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건부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청신호이긴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어 곧바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강력 희망해왔으나 미국 측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달았던 북-미 양자회담이 김 위원장의 ‘선언’을 계기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한국과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 진일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북-미 양자대화에 무게를 뒀다며 북한의 진의 파악을 강조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핵 협상이 지금까지 10년가량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핵 협상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북한이 결국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북-미대화를 성공시키고 성공적으로 국제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지만 김위원장이 이를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발표한 것은 중국에 대한 배려차원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미국와의 협상과 국제사회 진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선 중국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6자회담 성공을 외교의 중요 성과로 내걸고 있는 중국에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

북한은 지난 5월 중국의 반대에도 강행한 2차 핵실험으로 냉랭해졌던 북-중 관계를 다른 국가와는 비길데 없는 전통적인 우호협력로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월 북한에 대한 취한 제재결의는 북한에 전방위에서 압박을 가해왔고 북한은 이 제재를 해제하는 데도 중국의 힘에 크게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9월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 또는 양자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6자회담 복귀 신호를 보냈었다.

북한은 이어 원자바오 총리의 이번 방북때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대규모 군중이 환영을 하는등 파격적인 예우를 해 원총리 방북기간 ‘큰 선물’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때로 서방 전문가들에 의해 대북 영향력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을 국제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는 저력을 보여왔다.

중국은 지난 2003년 4월 6자회담의 전신인 3자회담을 성사시킨데 이어 ▲ 6자회담 재개(2006년 10월) ▲6자회담 공동성명 합의(2008년 9월9일) 등 6자회담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대북문제 해결사 능력을 과시했다.

북-중 관계는 탈냉전과 중.소분쟁의 종식을 계기로 종전의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변화했지만 이번 김정일-원자바오의 회담에서 60년의 전통을 깔고 있고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이 확인됐다는 것이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의 일치된 시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