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부시 ‘감정싸움’도 한몫

북한 핵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외나무 결투’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부시 미국 대통령 간 감정싸움도 중요한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안보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두 최고 지도자간 격앙돼온 감정은 북한 핵문제가 최근 상황까지 이르는 과정은 물론 향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 등장 이후 북미관계가 줄곧 악화일로를 걸으며 ‘벼랑끝 대결’, ‘강(强)대 강 대치’ 양상을 보여온 것도 이 같은 점이 한몫을 톡톡히 했음은 물론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 성공을 발표한 직후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을 규탄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유엔 및 우방들과 북한이 현재와 같은 길을 고집할 경우 초래될 결과를 이해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하지만 유엔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발언으로 북한에 대한 ‘응징’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북한이 앞서 ‘핵실험 성공’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면 계속적인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의사를 반영한 양국 간 이 같은 대치는 최근까지도 가시 돋친 ‘말 전쟁’까지 벌어져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기 힘든 관계’로의 전개를 일찌감치 예고하기도 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위험한 사람’, ‘폭군’, ‘주민을 굶긴다’, ‘위협하고 허풍떤다’는 등의 말로 강하게 비판하며 북한을 자극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튿날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 ‘도덕적 미숙아’, ‘인간추물’, ‘세계의 독재자’ 등으로 표현하며 반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북핵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상대에 대한 ‘기 죽이기’ 차원을 넘어 상대방에 대해 품고 있는 ‘적대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쏟아낸 격렬한 비난은 현재 미국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를 짐작케 했다.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오간 비하 발언은 이보다 더 뿌리가 깊다.

부시 대통령은 직접 나서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김 위원장은 외무성 대변인이나 언론매체가 나서 대리전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2월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그해 5월에는 한 사석에서 김 위원장을 ‘피그미(난쟁이)’, ‘버릇없이 구는 아이’ 등으로 비하하며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 북한 언론매체는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자 정치 무식쟁이’라고 비난하며 맞받아쳤다.

또 2003년 8월 미국 대선기간에는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지칭하자 북한 외무성은 “부시야말로 히틀러를 몇십 배 능가하는 폭군 중의 폭군이며 부시 일당은 전형적인 정치 깡패집단”이라고 되받기도 했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집권 6년 동안 줄곧 쌓여온 이런 감정들이 결국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공을 미국으로 떠넘겼지만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가일층 높이며 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지도자 간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며 한반도 상공에 낀 먹구름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핵뇌관’을 품은 채 쉽사리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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