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김정은, ‘곁가지 대상’ 모두 잘라냈다

약 300여명 규모의 간부 인선이 확정된 북한 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김정은의 배다른 형제들이 단 한명도 공식 직위에 오르지 못함에 따라 북한 특유의 ‘곁가지’ 척결 사업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은 노동당 총비서 등 4개의 당 요직을 차지했다. 또 후계자 김정은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 등에 이름을 올리며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곁가지 대상’으로 불리는 김정일의 이복 형제들과 김정은의 이복 형제들은 단 한 사람도 당 요직에 진출하지 못했다. 오직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김경희-장성택 부부 만이 당중앙위원 등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심지어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마저 권력에서 철저히 제외되고 말았다.    


김정일은 1970년대 후계자 시절 삼촌 김영주와 권력승계를 놓고 첨예한 다툼을 벌이면서 “곁가지 대상에 대해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전개해 왔다. 김정일은 삼촌 김영주 뿐 아니라 계모 김성애와 이복동생 김평일, 김영일 등을 철저히 탄압해 왔다.


김성애는 1998년 여맹위원장에서 해임된 이후 공개석상에서 얼굴을 감췄다. 지금까지 당중앙위원으로 이름을 올려왔으나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김성애의 아들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는 1988년 헝가리와 불가리아 대사를 시작으로 1994년 핀란드 대사, 1998년부터 폴란드 대사로 활동하는 등 해외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의 눈치를 보느라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김영주는 김정일이 1974년 노동당 내부에서 후계자로 공식 확정된 이후 자강도에 유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09년까지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근황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은 입장에서 곁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 형제들 역시 역시 아무런 직함을 얻지 못했다.


김정일과 그의 첫째 부인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은 2001년 도미니카 위조여권을 들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뒤 김정일의 눈 밖에 나면서 일찌감치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났다. 김정남은 현재 세명의 여성과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 마저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대목에서는 북한 1인 독재의 비정함이 묻어난다.


김정일과 그의 셋째 부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철은 한때 김정일의 유력한 후계자로 관심을 받아왔으나 여린 성격과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신체적 약점으로 인해 동생 김정은과 후계 경쟁에 밀려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곁가지 대상’들이 철저히 제외된 배경에는 김정일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김정은 후계의 미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친족들의 당간부 진출이 오히려 내부 단결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정은이 김정일과 그의 세번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이라는 ‘출신성분의 한계’ 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방해할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정은의 공식 등장 및 곁가지 대상에 대한 철저한 배격에도 불구하고 ‘왕자의 난’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부상된 김경희는 코흘리개 때 부터 김정남을 엎어 키워왔던 사이”라면서 “지금은 김경희-장성택 부부가 김정은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김정일의 유고 상황이 발생하면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얼마나 확고하게 권력승계 의지를 갖고 있느냐도 문제”라면서 “권력투쟁 경험이나 인생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친형인 김정철을 끝까지 냉혹하게 배척하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후계구도가 철저히 김정일의 각본에 따라 흘러가고 있지만, 김정일의 유고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가족 내 권력투쟁이 불붙는 불씨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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