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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변호사가 지식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촉구하는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카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최근 출간한 ‘김정일과 일본의 지식인-아시아에 정의로운 평화를(코단샤 현대 신서, 講談社現代新書)’이라는 저서를 통해 재일교포 출신 도쿄대 강상중 교수가 북한 정권에 대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환골탈태를 촉구했다.
“지금 뜻이 있는 조(북)-일 인민은 독재자의 인권 유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위험을 각오하고 투쟁하고 있다. 독재자에 의해서 지명 수배까지 당하고 있는 지식인·NGO관계자들도 있다. 이 긴장감은 독재세력의 ‘안전 지대’에 있는 강상중 씨에게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지금 북한에는 구원을 희망하는 무수한 인민들이 있다. 강상중은 귀를 기울이고 민중의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과거의 언동을 사죄하고 조-일 인민과 함께 독재자에 맞서라.”
강 교수는 일본 최고 권위의 대학 교수로 재일교포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해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다. 강 교수는 최근 발간 저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저자인 카와히토 히로시 씨는 과로사나 과로로 인한 자살, 직업병에 대한 변론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변호사로 도쿄대학 교양 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의한 납치·인권문제에 맞붙는 법률가회’의 간사 및 ‘특정 실종자 문제 조사회’의 상무 이사도 맡고 있다.
“가족 북에 보낸 재일교포들 김정일에 이용당해”
저자는 유년시절부터 재일교포 아이들과 어울려 자라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재일 교포의 원자 폭탄 피해자에 대한 증언 청취 조사에 참가하고 난징 등 중국 역사 기념관에 학생들을 데려가 동아시아 전쟁 역사를 교육하는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저자는 변호사가 돼 일본 내 북한 공작 활동 협력자의 형사 변호를 맡으면서 북한에 친족이 살고 있는 재일 교포의 고뇌를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북한 정권은 재일 교포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가족을 북으로 보낸 재일 교포를 이용해 공작에 협력하는 체제까지 일본에 구축했다고 지적한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재일 교포, 그리고 인권 유린에 괴로워하는 북한 주민에 대해 애정을 담은 눈길을 보내면서 ‘정의 있는 평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책 전반부에서 강 교수와의 최근 잡지상 논쟁 경위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와 강 교수는 지난 3월부터 한 잡지 지면을 통해 북한 민주화 관련 격렬한 논쟁을 했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강 교수에 대해 “자신이 재일 교포인 것을 강조해서 재일 교포의 대변자와 같은 발언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재일 교포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가 전후 재일 교포의 생명과 재산을 계속 빼앗아 온 북한의 김 독재체제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하다. …북한 독재체제의 인민 압살에 대해서 강상중이 엄격하게 비판하고 투쟁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상중적 평화’에 의문을 던지는 저자는 일본 잡지 “쇼쿤!”(『諸君!』2007년 4월호)에 ‘강상중은 김정일의 서포터인가’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논문을 게재했다. 이것이 화제가 되어 강 교수가 ‘주간 아사히’(『週刊朝日』2007년 3월 30일호)에서 반론했기 때문에, 그 후로 잡지상에서 논쟁이 계속됐다. 논문을 게재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2002년 9월 17일 이후 강상중 씨의 언동에 접해서 저는 김정일 독재체제와의 투쟁에 있어서 이 인물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게 되어 있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상중은 김정일 체제의 서포터”
저자는 강상중 씨가 주창하는 평화에 대해 “김정일 독재체제를 온존하고 조선 인민과 일본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하는 질서이다”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강 교수는) 김정일 체제의 서포터이며, 독재자의, 독재자에 의한, 독재자를 위한 국가를 온존하기 위한 궤변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강 교수는 논쟁이 한창인 지난 5월 증보판 ‘일·조 관계의 극복-마지막 냉전 지대와 6자 협의’(슈에이샤 신서 集英社新書)를 출판했다. 이 책 마지막에서 강 씨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고 이상만이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내셔널리즘의 실재’보다는 동북 아시아의 허망(虛妄)에 걸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 교수의 언급은 추상적이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강 교수는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다룬 이 저서에서 재일 교포의 북한 귀국 사업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고 있을 뿐 귀국한 동포와 일본에 남은 가족의 고통, ‘북송 교포 귀환 운동’에 대한 조총련의 책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강 씨는 구체적인 인권에 관한 논쟁에서 도피해 문제를 추상화 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의 파탄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조일 국교 정상화의 의미를 말하는 강상중 씨의 ‘궤변의 본질적인 문제는 국교 회복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국교 회복을 위해서 김 독재체제를 자극하지 말아라, 인권문제를 국제 여론에 호소하지 말아라고 말해서 인권 유린을 방치하는 것이다”고 언급한다.
그는 저서 ‘김정일과 일본의 지식인’에서 김정일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것을 피하거나, 반대로 찬미해 온 와다 하루끼 같은 지식인이나 져널리스트의 책임도 추궁하고 있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독재자의 긴 압제는 때로는 사람들의 건전한 인권 감각을 마비 시킬 때가 있다”면서 “지식인이란 사회의 구성원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인류가 이 지구상에 껴안는 여러 가지 곤란한 과제에 맞서는 존재다. …북한 납치·인권문제에 관해서 지식인이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는 일본과 한반도에서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식인은 실태 파악과 분석을 근거로 해 용서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내 및 국제사회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인도에 반하고 있고 내외 인권법, 국제법에 위반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개선을 위한 대응방안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카와히토 씨는 “독재체제를 지탱하는 경제 원조를 그만두고 효과적인 경제 제재를 실시하는 것, 또 북한에서의 민중의 대량 탈출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지금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북 경제협력이 내포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숙고해볼 필요가 있고, 탈북자 보호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역사인식과 대북정책을 두고 지식인 간에 논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논란은 북한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북한 주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는 한국 독자들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요리후지 도모꼬 / 데일리NK 국제부 객원 기자, 日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