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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 장벽과 함게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소련의 지원으로 살아온 북한과 쿠바 두 나라는 유사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그 다음 두 나라는 어땠을까?
정답은 쿠바는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고,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자신의 수령독재를 지키려다 300 만명을 굶겨죽였다.
무엇이 두 나라의 큰 차이를 가져왔을까? 동아일보 북한담당 신석호 기자가 발로 뛰며 쓴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출판사 전략과 문화)에 그 답이 나와있다.
저자는 북한과 쿠바 현지 취재와 탈북자 인터뷰 등을 통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정치적 소통과 권력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를 중심으로 두 나라가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을 분석했다.
이 책은 2008년 봄 어느 날 쿠바의 카스트로와 북한의 김정일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날 대화에서 김정일은 카스트로와 20년 전에 했던 내기에서 자신이 졌다는 것을 시인한다.
카스트로는 동독의 붕괴를 계기로 사회주의 전반이 무너져 내릴 것이며 따라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패를 인민들에게 솔직히 시인하고 시장매커니즘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일은 동독은 무너져도 소련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설령 소련이 무너져도 군대를 강화하고 인민들의 사상 무장을 단단히 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개혁이라는 이론과 개념의 틀로 1989년 이후 북한과 쿠바의 역사를 비교해 봄으로서 북한과 쿠바의 체제, 궁극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들어있다.
저자는 북한사회는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이 위기에 대응해 개혁하지 않은 것 보다 개혁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쿠바와 북한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북한과 쿠바의 경우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정치적 소통이 얼마나 원활했는가와 권력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경제개혁 지체원인에 대해 ‘제의서 정치와 측근정치’를 들며 소통의 부재가 심각했고, 비정상적인 수령경재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책은 무거운 정치 경제적 담론만을 담은 것이 아니고 지난 20년 동안의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경제가 변화해 온 모습을 팩트를 중심으로 묘사함으로써 쿠바의 경험을 어떻게 북한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햇볕정책을 시행한지 10년이 지났고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 대북정책이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북한은 대북정책 결정권자부터 일반 독자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