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빼닮은 김정은 ‘자존심’에 럭비공 행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대화제의를 했던 북한이 급(級)을 문제 삼아 남북 당국회담을 일방 무산시켰던 북한의 행보가 김정은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인지, 즉흥적인 결정에 따른 것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미천한 김정은이 경제난 등 대내외 복잡한 정세 속에서 치밀한 계획을 통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조직 장악력이 약한 김정은에 대한 당군정 간부들의 충성경쟁이 가열돼 김정은이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남북 당국회담도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무산된 것을 보더라도 즉흥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의 수표(승인) 없이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주변 간부들의 의견을 듣고 김정은이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 간 대화에서 ‘평화공세’를 펼 수 있는 기회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고 북한에 유리한 국면으로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음에도 대화의 판을 깼다”면서 “김정은이 자존심을 내세웠거나 주변 간부들이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자존심을 들어 무산시킬 것을 건의했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과거 김정일 시대 북한이 럭비공 행보를 보인 것과 유사하지만 자존심 센 김정은 시대 북한은 보다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화 무산의 결과가 북한에게 득보다 실이 큼에도 김정은이 자존심을 내세우는 즉흥적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대화 제의가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했던 만큼, 중국으로부터의 우호적인 평가도 받기 어렵게 됐다.


이 전문가는 준 전시상황에서 미국 농구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한 것과 10년 만에 전국경공업대회를 개최한 일에 대해 “준 전시상황에서 농구 스타를 초청하고 경공업대회를 여는 것은 기본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어설픈 판단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2월 12일) 이후 긴장을 고조시켰던 4월까지 북한의 행보는 내부와 외부가 확연히 달랐다”면서 “대외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고조시키기 위해 최고사령부 작전회의 사진도 공개한데 반해 대내적으론 경제건설, 생산증대를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은 이중적인 태도였지만, 고도의 전략적인 언론 플레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김정은에 대해 “성격은 호전적이고 모험적이며, 경제적으론 실용주의에 가깝다. 북한이 처한 현재 조건에서 이런 성격들이 동시에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이번 회담을 무산시킨 북한의 행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장소(서울), 형식(장관급)을 수용했는데, 자신들이 요구한 6·15, 7·4공동행사는 우리가 의제로 받지 않았고, 여기에 ‘급’ 문제가 불거지자 남쪽에 너무 밀린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작전상 후퇴’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가 조만간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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