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訪中 ‘철통보안’ 노림수 뭘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9일로 중국 방문 나흘째를 맞지만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중 양국의 철벽 경계경비 속에 철통 보안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26일 새벽 0시대에, 이제까지 이용하지 않던 방중노선인 북한 만포-중국 지안(集安)을 거쳐 지린시로 향했고, 이틀간의 창춘(長春) 일정을 거쳐 29일 오후 현재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행적은 찾을 수가 없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통상 경호상의 이유로 극비리에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도 이해할수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직전인 5월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작심한듯 언론에 노출했던 것과는 현격히 다르다는 점에서 뭔가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선 김 위원장의 이번 잠행은 북한 내부 사정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할 다음달 초순 노동당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정치적인 지지와 경제협력 및 원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방중은 불가피하지만 그런 사실이 공개될 경우 자칫 굴욕외교로 비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다시말해 후계구도를 공식화하면서 적어도 2012년 강성대국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돈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의 국제사회 압박 강화, 잇단 자연재해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최고지도자가 궁여지책으로 다시 방중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만의 하나 ‘역풍’을 우려해 극비행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당국이 김정일.정은 부자가 나란히 방중한 모습이 공개될 경우 중국에 ‘세자책봉’ 받으러 간 모양새로 비칠 것을 경계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번에 부친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모교와 항일유적지, 그리고 농업박람회장과 지린 농업대학, 섬유공장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탓에 수많은 외신 매체들이 김 위원장을 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진 한장 건져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제정세 속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 공개가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노출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 발생후 원인규명을 놓고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 대립구도가 이어지다가 5개월여만에 겨우 미국내에서 북미대화 분위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떠들썩하게 보도될 경우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 잠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지난 16∼18일 방북한데 이어 한국,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해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가시화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 공개가 북중 연대를 과시해 한국-미국-일본과의 대결구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방중 이틀째인 27일 오후 숙소인 창춘 난후(南湖)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서도 이를 일체 언급하지 않는 걸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연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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