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新마피아전략…“자릿세 바칠래? 장사 접을래?”

지난달 27일부터 한동안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직원 11명 추방, 서해상 미사일 발사, ‘이명박 역도(逆徒)’ 발언, ‘잿더미’ 협박 등 북한의 ‘한국 때리기’가 현란하게 이어졌다.

북한이 이렇게 한국을 향한 맹비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속셈은 무엇일까?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읽어보자.

“그 동안에 남쪽에서 (우리를) 굉장히 도와준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신세진 것 없다. 오히려 북이 강력한 억지력을 가짐으로써 한반도도 평화가 유지되고 남쪽 경제도 덕을 본 것 아니냐?” (통일뉴스)

4월 2일 안 위원장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국이 IMF 위기 당시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갔던 예를 들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깨지면 외국 투자도 안 들어오고 결국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한국 경제가 잘 되는 것은 북한이 평화를 지켜주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경호: 한국 경제가 잘 되는 것은 북한이 평화를 지켜주기 때문 ?

안 위원장은 한국의 대북지원을 북한의 군사력(핵 포함)이 한국 경제를 지켜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답’으로 해석하고 있다. 햇볕정책 10년 동안 한국이 북한을 지원한 것은 일종의 ‘평화세(稅)’를 지불한 것이라는 논리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이 북한에 평화세, 즉 ‘퍼주기 지원’을 안하면 평화를 깨는 방식으로 한국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 카드가 된다. 길거리 영세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는 조폭들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북한의 마피아적 행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데이빗 애셔(David Asher) 전 美국무부 북한불법행위 조사팀장은 2005년 “범죄 국가, 북한”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소프라노(Soprano) 국가’라고 불렀다.

‘소프라노 국가’란 1999년부터 인기리에 방영된 美 TV 연속극 ‘소프라노즈(The Sopranos/소프라노 패밀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 토니 소프라노(Tony Soprano)로 뉴욕 마피아의 두목이다. 즉 김정일을 마피아의 두목에 비유한 것이다.

데이빗 애셔는 북한 김정일의 불법 거래 규모에 비교해 볼 때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파나마의 노리에가는 아이(child)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 추정에 따르면 마약, 위폐, 불법무기, 위조담배 등 북한의 불법수출 규모는 전체수출의 35~40% 즉 4억 5천만에서 5억5천만 달러 규모다.

그런데 2005년 이후 김정일의 마피아식 사업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다. 바로 2005년 9월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마약판매 등 불법거래 자금을 세탁했다고 발표하고 북한계좌 2,400만 달러를 동결시켰다.

이때부터 북한은 새로운 방식으로 체제유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북한이 아무리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상적인 국가 운영에 관심이 있었다면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노선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수령독재 수 십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동원해 체제유지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매우 비정상적이며, 다른 국가들은 이를 범죄행위로 규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구마피아 전략에서 신마피아 전략으로

주변 나라들의 분위기가 험해지자 김정일은 ‘소프라노 국가’라는 오명에서 탈피하기 위해 新마피아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新마피아 전략이란 마약, 위폐, 불법무기 거래 등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던 舊마피아 전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증거가 남는 불법거래는 이제 구식이다. 자릿세를 뜯어 생존하는 조폭들의 경우 상대만 잘 고르면 ‘불법’ 리스크 없이 그 수입도 더 짭짤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김대중 정권 당시 정상회담 대가로 5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이 금액은 데이빗 애셔가 추정한 북한의 불법 수출 규모와 비슷하다. 즉 한국으로부터 매년 5억$ 정도만 뜯어낼 수 있으면 리스크가 큰 불법 거래를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마치 길거리 조폭들처럼 한국 정부를 향해 무언의 협박을 시작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 이미 통한 전략이다. 때문에 협박이 통할 때까지는 아주 집요하고 과감한 도발이 지속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미 칼을 빼든 이상 퇴로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이런 황당한 요구를 내놓는 것은 그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재 북한은 달러를 벌어들일 통로가 많지 없다. 개혁개방은 김정일 정권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불법거래는 미국의 봉쇄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는 일본은 ‘납치자 문제’ 때문에 기대하기 힘들다.

신마피아 전략은 북한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증거

현재 북한 입장에서 가장 만만하게 보이는 상대는 역시 한국이다. 김정일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내 정치적 성과 때문에 평양의 눈치를 살피던 한국정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쏴대도 눈 한번 크게 뜨지 못하던 한국 정부의 속성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명박 정부의 ‘747 경제 성장’의 성공 여부도 자신들의 손안에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나올지도 모른다.

답답한 것은 결국 한국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이런 태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당당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국민 여론의 형성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여론 향배가 중요하다는 점은 북한도 꿰뚫어 보고 있다. 북한의 협박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아져 북한에 돈 좀 주고 눈 앞의 평화나마 유지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면 정부도 당당해지기 힘들어 진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왜 한국이 북한의 마피아적 행태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하며 여론을 주동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 국민 여론이 뒷받침 될 때 북한의 마피아적 행태를 억제하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마피아는 돈과 폭력으로 유지되는 집단이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여태껏 진행해 온대로 북한의 부당 달러 수입은 끝까지 추적해서 발본색원하면 된다. 그래서 그들이 정당한 방법이 아니면 달러를 벌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 동시에 북한 내부에서 폭력적 독재에 대항할 대안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한내부에서 김정일의 마피아적 행태를 비판할 수 있는 세력의 출현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10년 동안 햇볕정책에 길들여진 북한정권이 우리에게 ‘마피아식 평화’를 강요하고 있다. 역으로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질서 안으로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新남북관계를 정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향후 5년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