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北주민 분리전략, 곰곰 생각하면 많다

북 ‘미녀 응원단’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은 김정일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해서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막상 정권과 주민 분리 대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정권과 주민의 분리 원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은 개성공단과 달리 전적으로 김정일 정권을 위한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 영향을 받는 북한 주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지 북한 안내인 몇 명이 금강산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정권-주민 분리 원칙에서 금강산 관광은 친(親) 주민 사업이 아니라 친 정권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철저히 친김정일 사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강제로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를 중단시키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독재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일단 정부는 현대에 대한 보조금을 일절 지원하지 말고 관광객 모집에 개입하는 일도 그만 둬야 한다.

‘현대아산’이 관광사업을 지속할 경우는 시민운동을 통해서 중단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철수를 고려할 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 노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에 기여

정경분리 원칙에서 볼 때 개성공단은 복잡한 계산이 뒤따른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개혁개방에 기여하는 바도 있으며, 김정일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면도 적지 않다.

현재 개성공단으로 지급되는 월급은 일단 북한정권이 모두 걷어 간다. 그후 몇 달러만 북한돈으로 바꿔서 공단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실만 보면 개성공단은 김정일에게 달러를 퍼주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남북경협이 북한 내부에 전달하는 충격파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일단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는 외부세계와 접촉할 기회를 가진다. 북한이 아무리 통제해도 그들은 한국인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고, 한국 상품, 한국 정보들을 대할 기회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의 의식 계몽에 틀림없이 기여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우리는 개성공단을 찬성해야 할 것인가, 반대해야 할 것인가? 봉쇄론자들은 북한 주민 보다는 김정일에게 돈이 들어가는 면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반대하자고 한다.

그러나 적극적 포용론자들은 김정일에게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북한 당국의 개방 의지를 높이고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그 돈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봉쇄론과 달리 적극 포용론은 개성공단을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에 월급이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이 되고 나아가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한국에 연수할 기회도 제공되어 외부세계와 더 많이 더 자유스럽게 접촉할 수 있도록 북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적극 포용론자들은 정권에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그것이 북한 주민들이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봉쇄론자들은 북한 주민이 외부와 접촉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북한 정권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봉쇄론자들은 북한 정부를 통한 교류, 협력 사업을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미녀 응원단, 북한 체제에 불안 요인 초래

봉쇄론자들의 오류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소위 ‘미녀 응원단’ 방문 사건이다. 북한은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 게임에 270명에 달하는 여자 응원단을 파견했고,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306명을 파견했다.

그 후에는 숫자가 줄어들어 2005년 인천 8월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에 124명을 파견하였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2006년 5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인천시 주최 4개국 국제축구경기대회에는 40~50명 규모의 여자 응원단이 오기로 합의되어 있었다.

봉쇄론자들은 이 북한 미녀 응원단이 남한을 방문하여 북한에 돌아간 뒤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직 이 응원단이 남한에 와서 남한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에만 주목한다.

그것만을 일면적으로 보고 이 응원단을 통해 북한 통일전선전략이 성공하고 남한 사회가 친북화된다고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 응원단은 사전에 북한 당국에 의해 철저히 사상 교육을 받는다.

남한에서 보고 들은 것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남한의 실상을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수용소에 갔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오히려 미녀 응원단이 북한의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그 규모를 점차 줄여 나가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응원단의 남한 방문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봉쇄론자들과는 달리 적극 포용론자들은 북한 응원단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남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남한에 친북적인 경향을 일시적으로 유발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적화될 정도로 남한 사회가 허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공기 소각, 북한 주민에게 환영 못받아

봉쇄론자들이 정권과 주민의 분리에 있어서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인공기 문제이다. 인공기는 김정일 정권만의 국기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도 그것을 자신의 국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대중 집회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것은 김정일 정권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봉쇄론적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북한 자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고 하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설령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북한 주민을 해방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북한 주민들을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 자신들의 적으로 만드는 행위를 함부로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전쟁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힘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관건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이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의 노예가 아니라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기 시작해야 북한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 정권-주민 분리는 바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 외부 정보와 더 많이 접촉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고위층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고위층일수록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이 있다고 볼 때 고위층의 외부 세계와 접촉은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고위층들과 단독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외부인들을 만날 때는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해야 한다고 지시한다. 상호감시하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의 고위층들과 단독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 없이 혼자서 외부인들을 만나면 진솔한 이야기들을 서슴 없이 하는 고위층들도 꽤 있다.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북한의 고위층들도 외부인들에게 보험을 들어두고 싶은 경향도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고위층 더 많이 접촉할 수 있어야

따라서 한국의 대북 정책은 가능한 많은 인적 접촉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남북 간의 인적 접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북한 당국이 감시할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줄어든다. 군부, 고위층과의 인적 접촉이 많아질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한국의 봉쇄론자들은 대체로 반김정일 의식과 북한 주민들을 해방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주 강하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북한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어차피 북한의 급격한 변화는 북한 내부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알겠는가? 당신과 만나서 당신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