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기 내각’ 본격 출범…김재룡 깜짝 발탁·최선희 고속 승진

김영남·박봉주·최태복·김계관 등 고령 인사들 자리에 젊은층 대거 발탁 '세대교체'

최고인민회의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1일 회의가 진행됐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사개편이 이뤄져 김정은 2기 내각의 본격적인 출범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12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은 국가기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장악력을 다시금 대내외에 과시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직전의 제13기 제6차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선출되지 않아, 대의원들만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입후보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구성원들이 참여한 첫 회의로, 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 위원장 선거 ▲국가지도기관 선거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 ▲2018년 결산 및 2019년 예산 등 총 4개 안건이 처리됐다.

국가기관 선거와 관련해서는 우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김영남에서 최룡해로 교체됐다. 이로써 김영남은 21년 만에 상임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특히 최룡해는 이번 회의에서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선임됐다. 다만 북한 사회주의 헌법상(117조) 국가를 대표했던 상임위원장의 위상과 권한은 다소 축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아래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적인 국가수반 지위가 사실상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 북한 매체들은 이번 보도에서 헌법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신설됐고, 국무위원회 위원이 증가한 점에 비춰 국무위원회와 국무위원장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이었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지위가 축소되고, 김정은 위원장이 명실공히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룡해가 이번 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뿐만 아니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도 임명되면서 대외협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전임 김영남처럼 대외적인 상징성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무위원회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1일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에 임명된 인사들. /사진=노동신문 캡처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 출신 김재룡이 내각 총리로 ‘깜짝’ 발탁됐다. 지방의 도당 위원장이 곧바로 내각 총리로 발탁된 경우는 북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남다른 충성심으로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능력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김재룡의 발탁 배경을 두고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가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경제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히 그가 이끌었던 자강도는 1990년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내건 ‘강계 정신’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자력갱생 정신을 실천할 적임자로 평가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그는 총리에 임명된 후 “무능력한 사업태도, 만성적인 형식주의와 보신주의, 소방대식 일본새와 단호히 결별하며 적들의 가증되는 제재봉쇄를 자강력 증대의 기회로 반전시켜나가는 능숙한 조직자, 완강한 실천가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박봉주의 나이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목표하고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서 보다 젊은 인물을 총리에 앉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봉현 IBK 북한경제연구센터 센터장은 “경제 문제에서 올해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전환기적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박봉주가 그동안 내각을 잘 이끌어왔지만, 경제 분야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 더 젊은 김재룡을 발탁한 것으로 보이고, 박봉주는 대신 당내에서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는 김영남, 박봉주를 비롯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고령의 인사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들이 자리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최태복이 맡고 있던 최고인민회의 의장직에는 과학교육 분야의 핵심 인물인 박태성이 앉았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보면 북한의 큰 통치구조 변경은 없는 가운데 김영남, 최태복 등 고령자가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밖에 전날(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의에서 당 중앙위 위원에 직접 보선된 최선희는 이날 회의에서도 국무위원회 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 최선희 역시 고령인 김계관의 후임으로 외무성 제1부상에 기용된 것이 확인돼, 향후 대미협상에서도 그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북한 매체가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1일’ 회의라고 밝힌 점에 미뤄 이번 회의는 이틀 이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최고인민회의가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된 것은 2000년 제10기 제3차 회의 이후 약 1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