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후계에서 ‘미친 존재감’ 누가 될까?

2011년 북한과 관련된 최고 화두는 당연히 ‘김정은 후계 본격화’로 모아진다. 김정일이 2009년 159회,  2010년 161회의 공개활동을 펼치며 최다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행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조속한 후계작업 성공을 위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북한의 내외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김정일의 ‘눈물겨운’ 부정(父情)이라는 결론이다. 


사실 북한이 차용할 수 있는 검증된 후계 메뉴얼은 김정일 본인이 70년대 후계자 시절 만들어 놓은 역사적 경험뿐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비호아래 당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 등 당권 장악을 시작으로 군권 장악의 절차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십 수년 이상 소요됐던 과거 후계절차를 그대로 답습하긴 어렵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속전속결’이 절실한 입장이다.


김정은 후계작업 초반기에 해당하는 올 한해 김정일은 김정은을 뒷받침해 줄 간부들에 대한 인선 및 내부 검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우선 지난해 당대표자회를 통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당중앙위 정치국과 당중앙 군사위의 권위를 외형적으로 복원했다.


김정은이 이영호와 함께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에 앉았고, 김영남·김영춘·전병호 등 원로급을 정치국 상임위원 위원으로 선출했다. 또 최룡해·문경덕·우동측 등 실무 엘리트들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간부들의 신·구조화, 당·군안배를 꾀했다. 정치국 후보위원 15명 중 7명은 당비서들이며, 5명은 당중앙군사위원들이다.


◆ 믿는 것은 핏줄 뿐…장성택·김경희의 전면배치


후계작업 초반작업에서 김정은을 뒷받침하는 세력으로는 로열패밀리 그룹과 군부인사들이 꼽힌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김정일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선,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그녀의 남편 장성택은 일찌감치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이 부부는 일단 김정은 후계에 반기를 들만한 혈연적 동기가 희박하다. 유일한 자식인 딸 장금송은 2006년 프랑스에서 자살했고, 장성택의 형들인 장성길·장성우 형제 역시 이미 사망했다.


현재 김경희는 인민군 ‘대장’ 계급으로 당 정치국 위원이며 당 경공업부장을 맡고 있다. 장성택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행정부장, 당중앙군사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북한의 양대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에 대해서도 일정한 장악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김경희와 장성택은 사실상 부부의 인연이 진작에 파탄나 현재는 그저 ‘정략적 관계’일 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유고 상황에서도 이 부부가 정치적 동지로 함께 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개인 성향도 관찰대상이다. 지난해 타계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북한 간부들 중에는 그나마 장성택이 좀 낫다”는 평가를 자주 언급했다.    


장성택은 지난해 김정일의 공개활동에서 최다 수행 기록(114회)을 보이는 등 최측근으로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쪽에 인맥이 많다는 점과 북한 내부에서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 때문에 항상 ‘섭정 가능성’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김정일이 오랫동안 알콜 중독에 빠져있던 김경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장성택에 대한 견제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은 김정은의 제1 후견인임이 틀림없다”면서도 “장성택에게 과도한 힘을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김정일이 김경희에게 힘을 실어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는 북한 내부에서 유일하게 김정일에게 직언(直言)할 수 있는 인물인데다가, 북한이 올해 ‘주공전선(主攻戰線)이라고 밝힌 ‘경공업’ 분야를 맡고 있다.


◆50代 ‘혁명 3세대’ 그룹, ‘미친 존재감’ 확인될까?


로열패밀리 다음으로 눈길을 쓰는 그룹은 이른바 ‘청년동맹 4인방’으로 통하는 최룡해, 문경덕, 지재룡이다.


북한의 청년조직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전신(前身)인 사로청 위원장 출신인 최룡해는 김정은, 김경희와 같은날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다. 또 당중앙군사위 위원, 당비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1950년생으로 혁명1세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사망)의 둘째 아들로 김씨 일가에 대한 최고의 가신(家臣)으로 꼽힌다.


이승렬 이화여대 교수는 “최룡해의 여러 직책으로 볼때 김정은 위주의 당 재건에서 구심점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룡해와 함께 주목받는 인물은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다. 1957년생으로 올해 55세다. 평양시당 책임비서는 우리의 서울시장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의 내치(內治)가 ‘혁명 수도’ 평양으로 집중되고 있는 만큼 김정은의 정치, 경제적 치적쌓기에서 최선봉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전임자인 최영림이 총리로 기용되면서 평양시 책임비서를 물려받은 모양새지만, 5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는 김정은 시대의 새인물로 부각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당비서 및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문경덕은 당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27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문경덕은 최근 ‘2011년 신년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평양시 10만 군중대회’의 연설자로 나서면서 정치적 입지를 뽐내기도 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평양시당의 매우 중요한 임무를 혁명 3세대격인 문경덕에게 맡긴 것”이라며 “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혁명 3세대로부터 김정은이 얼마만큼의 충성도를 확보하는가 문제도 후계작업의 중한 과제”라고 말했다.


◆ 先軍 트로이카 ‘리영호-김정각-김영철’


군부에서 김정은을 뒷받침 할 인물로는 리영호, 김정각, 김영철 등이다.


1942년생으로 김정일과 동갑내기인 리영호 총참모장은 지난해 당대표자회 하루 전날 이뤄진 군인사에서 차수로 승진조치됐다.


그는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뽑혔다. 당대표자회 폐막 후 금수산기념궁전 앞에서 이뤄진 기념촬영에서도 김정일의 오른쪽에 자리해 높아진 그의 위상이 확인됐다.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 오른쪽 세번째에 위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리영호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리영호가 실세로 등장한 것은 김정은의 후계자 이미지가 ‘선군혁명의 계승자’로 확정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내치에 있어서 군에 대한 통제를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 김정일의 전통적인 통치전략과 맞닿아 있다.


리영호가 군사적으로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면 김정각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사망이후 정치적으로 군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군부 엘리트들을 꼼꼼하게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김정각이 맡고 있는 것이다. 김정각은 당중앙 군사위원, 당 정치국 후보위원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조차 김정각에 대해 “매우 영향력 있다”고 평가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실제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김정은 후계 작업을 위한 남자로 통한다. 김정은 후계 성공을 위한 남북관계 관리 분야에서 그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김연수 교수는 “정찰총국이 나서 고비때 마다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한 대남정치 심리전을 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을 강화하고 대남심리전을 담당할 사람은 김영철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동맹, 김정은 홍위병 역할하나?…김기남도 바빠질 듯


국책연구기관의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이 나이가 젊다는 점을 고려, 북한 청년들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전선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국적 조직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세 간부들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을 김정은이 우선적으로 장악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동맹은 노동당에 입당하지 않은 만 14~35세까지의 청년들이 의무 가입하는 조직으로 5백 만 명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산하에는 ‘조선소년단’, ‘속도전청년돌격대’, ‘청년중앙예술선전대’ 등 북한의 핵심 선전선동 단위를 거느리고 있으며, 조선컴퓨터센터(KCC)와 같은 유망한 외화벌이 단위도 두루 보유하고 있다. 현재 청년동맹의 책임자는 이용철 제1비서다.


특히 사로청 시절부터 이 분야에 정통한 최룡해, 문경덕 등이 김정은에게 청년동맹을 활용해 조직관리 사업, 선전선동 사업 등에 맞춤식 후계자 수업을 전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당대표자회 당규약 개정에서 “인민정권과 청년동맹에 대한 당의 령도를 강화한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김정은의 자질, 업적을 부각시키는데 있어서 김기남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기남은 당 선전선동 부장으로 후계자와 관련 이데올로기 창조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82년부터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주도했고, 1994년 김일성 사망직후에는 ‘김일성-김정일 일체화’를 추진하는데 큰 활약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한 전문가는 “김정은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서 김정일이 믿을만한 사람은 사실 김기남 뿐”이라며 “특히 올해 김기남의 손이 아주 바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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