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얼굴이 들어간 초상휘장을 만수대창작사가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기념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얼굴이 나란히 들어간 초상휘장을 먼저 3000개 정도 만들어 당 간부들과 청년동맹 간부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한 수순이긴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시기에 우상화 작업을 했던 것처럼 만수대창작사가 나서서 김정은을 하늘의 태양으로 모시기 위한 우상화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김일성, 김정일이 나란히 들어간 초상휘장을 만들려는 의도는 뭐겠습니까. 그것은 김정은 일가의 3번째 왕국이 드디어 완성됐다는 걸 세상에 확실히 알리자는 것과 동시에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열렸다는 걸 다시 한 번 과시하고 싶은 것입니다. 알다시피 김정은은 김정일이 죽자마자 곧바로 자기 얼굴이 들어간 초상휘장을 만들어 중앙당을 비롯한 최고위층에만 달고 다니게 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인민들이 “당상”을 부러워하던 때를 또다시 불러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들어간 당상을 달고 다니면 큰 간부나 되는 것처럼 우쭐거리던 때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이런 게 통하기는커녕 김정은의 신임과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 오히려 훗날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간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간부들에게 먼저 줌으로써 자기 시대 개막을 알리려는 건 어리석은 시도일 뿐입니다.
최근 김정은이 어디를 시찰함매 하고 나다니는 걸 보면 예전에는 꼭꼭 달고 다니던 초상휘장이 없는 모습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제도 김일성 사망 21돌을 맞아 군복 입은 졸개들을 수두룩하니 거느리고 금수산태양궁전에 나타난 김정은의 가슴에는 당연히 달아야 할 초상휘장이 없었습니다. 한시도 빠뜨려서도, 달지 않으면 큰일 나는 초상휘장이고 보면 김정은은 이제는 나도 당당히 김일성, 김정일과 똑같은 존재라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은 시도는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날 북한 인민은 3대에 걸친 김정은 일가의 권력 승계놀음을 똑똑히 보았고 또 몸으로 직접 느꼈습니다. 김정은이 제 아무리 하늘에 낸 인물이라고 떠들어봤자, 황당한 우상화선전이 더 이상 통할 리 없습니다. 우상화놀음을 벌이면 벌일수록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