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행 중인 대조선 제재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북한의 석탄수출을 일정부분 차단하는 선에서 제재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제재로 북한의 한 해 석탄 수출은 4억 60만 달러, 750만톤으로 제한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줄어드는 석탄 수출규모는 무려 7억 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에 일부 해운과 금융분야의 추가 제재까지 포함하면 8억 달러, 북한의 한 해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북한의 경제규모를 봤을 때 이 정도 수출이 실지로 줄어든다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지난 5차 핵실험 직후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제재강도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비록 석탄수출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밀무역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근로자 파견 등으로 제재로 인한 수출 감소분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강도가 약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정권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확정된 마당에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한국도 지금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때문에 강력한 외교력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중심을 잡고가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현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중국의 태도입니다. 중국은 올해 있었던 두 차례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을 통해 북한의 숨통을 조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을 버릴 의향이 있었다면 아마도 김정은 정권은 올 여름을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같은 핵심 원자재 몇 개만 틀어쥐고 거래를 막았다면 북한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결의가 늦게 나온 것도 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중국은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무너졌을 경우 일차적으로 중국의 국익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난민사태가 발생하고 그것이 내전이나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중국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새로운 성장단계에 들어선 중국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암흑상황이 될 것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의 몰락이 가져 올 동북아시아에서의 정세변화도 두려웠을 것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시진핑이라 해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조금 욕을 먹더라도 김정은 정권을 지탱시켜 주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무작정 봐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오히려 지금 김정은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가장 분노하는 게 중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원래 중국의 외교정책에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 대해선 이러한 원칙을 조금씩 허물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을 보호해주기로 하는 것 자체가 개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핵문제로 인한 고립이 심해지고 제재가 강해지면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김정은을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국은 국가의 이익을 면밀하게 따져 지금 김정은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김정은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를 내치고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지금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