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군사기관인 국방위원회가 24일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표면상 유엔 대북제재를 주도한 책임을 묻는 형태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미 항전 정세로 몰고가 체제를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유엔결의안 통과 하루만이다. 국방위는 성명에서 “장거리 로켓과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실)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제재압박책동에 대처해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불순세력의 대조선 적대시 책동을 짓부수고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 대결전에 진입할 것”이라며 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오자 ‘미국과 추종세력에 의한 적대행위를 전면 배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의 추가제재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재 결의안 통과 즉시 국방위를 동원해 3차 핵실험을 강력히 시사해 이미 준비된 절차였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발사에 대한 유엔의 제재 내용이 담긴 의장성명이 나오자, 이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강도 높은 물리적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예고 한 뒤 한달 후 전격적으로 2차 핵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예상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용어로 핵실험을 예고한 것은 제재를 빌미로 내외 정세를 긴장시켜 내부 결속을 꾀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군 핵심고위층에 대한 해임∙숙청을 진행하고 미사일 발사로 내부 분위기를 일신한 점을 미뤄볼 때 이번 대북제재를 빌미로 전시 분위기를 만들어 추가적인 숙청과 권력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엔 제재를 내부 동요 차단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이 미국을 전면에 내세워 핵실험을 협박한 것은 실제 행동보다 국면 전환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군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경제, 외교적 실적이 없어 2기 오마바 행정부 출범 시점에 관계 개선을 위한 압박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남쪽의 경제지원이 절실한 마당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관계 개선은 수 개월 뒤로 미뤄지게 된다. 김정은이 내부결속에 무게를 두고 ‘긴장 고조용’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우리 새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편 성명은 “세계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는 데 앞장에 서야 할 큰 나라들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국의 전횡과 강권에 눌려 지켜야 할 초보적인 원칙도 서슴없이 버렸다”고 말해 중국의 안보리 결의 찬성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이번 안보리 제재에 찬성과 달리 결의 이행에는 매우 형식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번 안보리 제재에도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뒷문을 열어놓은 제재라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