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 징후를 노출한 이상 단순 협상용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기존 갱도 보수작업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갱도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이 파악됐다.
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핵실험 징후를 파악하고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풍계리에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은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갱도 보수 작업도 관리 차원일 수 있기 때문에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 당시에도 징후를 노출한 후 수 개월 안에 실제 핵실험을 단행해 주변국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2개월 전인 8월에 미국 ABC방송이 위성사진을 토대로 지하 핵실험 준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핵실험에 대한 ‘논리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북한의 핵 실험 관련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북한은 당시 미 재무부가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하자 ‘선 제재해제 후 6자회담 복귀’를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불법행위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해 결국 동결된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 전액을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10월에도 미국 ABC, NBC 방송 등은 북한이 핵실험장으로 의심되는 장소에서 터널 굴착이나 대형 케이블 이동 같은 의심스러운 활동이 포착됐다는 미 정부 관리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7개월 후 북한은 같은 장소에서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김정일 와병설 등으로 내부 동요 전망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무시 또는 인내 정책’을 들고 나오자 이를 겨냥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도 ‘전략적 인내’를 앞세우면서 북핵과 6자회담에 대한 관심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핵기술 진전, 김정은 지도력, 대남 대미 압박용으로 경수로 등의 핵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 이상 상황 진전이 없다면 국면 타개용으로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전현준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에도 핵보유를 통한 체제유지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지지부진한 대남, 대미 관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수개월 내에 핵실험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