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한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된 정권 수립(9·9절) 65주년 대규모 열병식은 김정은을 비롯해 노농적위군(예비전력)과 평양시민 등이 대거 동원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실시됐다.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열병식에서는 정규군의 신형 무기를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는 실시되지 않았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 정당성을 선전하는 행사로 채워졌다.
이날 주석단에 김정은 이외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대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희·김기남 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핵심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고, 행사 초대석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당·정·군 간부들이 자리했다.
특히 북한은 혁명열사 유가족을 대우하면서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의 해외동포 대표단과 러시아, 몽골, 라오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친북 인사들을 초청해 행사를 관람케 했다.
이날 경축보고는 군 인사가 아닌 노농적위군 복장의 박봉주 총리가 진행했다. 박봉주는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이 땅 우(위)에 온 세상이 우러러보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기어이 일떠세워 만들겠다는 우리 국민의 확고부동한 신념과 의지를 힘있게 과시하는 계기로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열병식에는 ‘주체’ ‘김정은 (체제) 사수’ ‘자주, 자립, 자위’ 등이 구호문과 김일성, 김정일 사진 등을 등장시키면서 김 씨 일가의 세습에 대한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특히 ‘과학중시’ ‘체육강화’ 등도 강조해 김정은의 치적 선전에 주력했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2008년 공화국 창건 60주년 당시 김정일의 와병으로 군사 퍼레이드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그 이전 정주년 행사에선 군사 퍼레이드가 실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전승절(7월 27일) 당시 대규모의 인원 동원과 무기 과시로 자동차 기름 등 전략 물자가 부족해 실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평양 시민들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충성을 맹세하는 열병식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에선 이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오히려 돈을 걷어 가는 일도 벌어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의 집권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김정은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과시하면서 외부에 ‘내가 최고지도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해외 친북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열병식을 관람케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노동신문은 이례적으로 6면이 아닌 8면으로 발행하고 김정은의 치적 사업인 ‘과학중시’를 집중 선전했다. 신문은 2,3,4면에 걸쳐 김정은이 새로 건설된 과학자살림집(주택) 등 은하과학자 거리를 돌아보는 사진을 무려 35장이나 공개했다.
특히 이번 신문에 실린 김정은의 과학자살림집 현지지도 사진은 과거와 달리 사진 크기가 작은 대신 다양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실어 이목을 끌었다. 과거 신문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사진을 한 면에 많아야 3장 정도 실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김정은의 치적사업으로 선전하고 있는 과학자살림집 건설 등을 자세히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거의 완공된 살림집들을 보다 다양한 사진을 통해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비하면 이러한 사진 게재는 이례적인 것이다. 노동신문도 김정은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