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1일 오전 육성으로 진행된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 평화공세를 본격화해 미국 주도의 제재 국면을 우회적으로 타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한국)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며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북남관계 개선은 당국만이 아니라 누구나 바라는 초미의 관심사이며 온민족이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할 중대사”라며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거론하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해 남북 간 접촉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정은이 직접 평창 올림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올해 2월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이 적극적인 대남 대화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데일리NK에 “국가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에의 적극적 의지를 표현한 것이 올해 신년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면서 “북한이 작년에 보였던 남북대화 거부 입장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활발한 교류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위장 평화 공세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겉으론 평화공세를 취하면서 도발원점을 추적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대남 평화 공세에서 우리 정부는 이런 위장 대화 공세의 가능성을 항시 염두에 두고 대화나 교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봉쇄·압박 국면을 뚫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며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더욱 전방위적으로 대남 대화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에도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지속해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를 연계한 접근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이 ‘키 포인트’인 것은 여전한 사실”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국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남북관계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북한의 대화공세를 비핵화 협상국면으로 어떻게 연계해 나갈 것인지가 우리 정부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 역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보다 깊은 고민과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북 접근 그리고 미중과의 대북 정책 조율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언제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잘 맞춰야 한다”면서 “제재 국면에서도 북한을 지속적으로 대화나 협력의 국면을 이끌기 위해 우리가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