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보다 심한 ‘럭비공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 과정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돌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나흘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이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선전매체를 동원해 한국 언론들의 보도형태를 문제 삼으며 대남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의 이러한 럭비공 행보에 대해 박두진 재일 코리아국제연구소 소장(사진·본지 고문)은 24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경험과 능력에서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북한이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이어 “김정은의 대외 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정책의 대내외 상호연관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능력은 김정일보다는 한참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빨리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앞서 정책 실행의도가 즉흥적이고 시야가 좁아 멀리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일 시대에 대외정책은 북한의 입장에서 일정한 논리가 있었다. 가령 ‘미국의 압박이 경제적 위기를 불러왔다’든지 ‘미국도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핵을 가질 명분이 있다’ 등의 논리를 펴왔다”면서 “하지만 현재 김정은의 대외 정책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나 명분이 떨어지는데 이는 김정은의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 연기한 것은 한국 내 좌파세력에게도 비판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면서 “과거 김정일은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좌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명분을 갖고 대남도발과 비난 공세를 폈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에게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머니가 일본 교포 출신이고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내세울 정통성에 대한 권위가 부족해 이에 대한 콤플렉스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군(軍) 장성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 박 소장은 “선군정치에선 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우두머리가 달라지면 아랫사람들이 혼란을 갖게 된다”면서 “한국 언론은 김정은의 자신감과 체제 안정성이 담보돼 군 인사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잦은 군부 교체는 북한의 내부 불안정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체제가 안정화되면 북한 체제 유지의 핵심인 군부 인사들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면서 “군 내부에 불안정한 요소가 포착되고 김정은이 이를 바꾸기 위해 기존 장성들을 숙청하고 젊은 군부 인사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지속되면 북한식 수령체계에도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면서 “향후 김정은이 잦은 실수와 내부 간부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다면 5년 이내에 북한에 변화를 촉발하는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정은이 물놀이장 및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는 “유흥시설을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경제개혁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지금처럼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하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몸부림을 쳐도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도 경제적 운용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집권 시기 경제가 하락을 거듭해 왔다”면서 “김정은도 나중에 경제에 대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면 박봉주(내각 총리) 등에 ‘너희들이 문제다’면서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박 소장은 “이번 개성공단 재가동처럼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간다면 북한을 바꾸는 데 큰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시도하는 정치적 공작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한국만이 아닌 한반도의 민주주의 세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내면서도 (‘내란음모’ 이석기 사태처럼) 북한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