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단 면담 뒤 “영변 핵시설 보위사업 강화” 지시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만난 뒤 곧바로 당 조직지도부 및 국가보위성 간부들에게 ‘영변핵물리지구 보위사업을 강화하라’는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핵심 핵시설 관련 정보가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또 관련 동향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내부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0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9일 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성 조직부 간부들과 한 긴급담화에서 “조성된 현정세에 대처하여 영변핵물리지구 보위사업을 가일층 강화하고,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사업을 진행하여 나는 동무들을 믿고 동무들은 나를 믿고 엄혹한 난국을 타개해나가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이를 바탕으로 ‘방침 제89호’가 내려졌으며, 그 안에는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침은 평양을 찾았던 대북특사단 일부가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즈음에 나온 것으로, 앞서 특사단이 밝힌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과 배치된다. 오히려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면담 이후 북한 체제를 이끄는 노동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와 공안조직인 국가보위성 간부들에게 ‘핵 보위’를 위한 지침을 내린 셈이다.

소식통은 “긴급담화에서는 ‘핵보유·핵병진노선의 정당성이 뚜렷이 과시됐다’, ‘남조선(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 앞에 무릎을 꿇은 현실은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핵무력강화 유훈이 옳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이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언급했다는 것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이어 소식통은 “‘현 정세는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기회주의자들의 마지막 발악임을 시사해주는 것’이라면서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마지막 단계에 이룬 우리의 핵보루를 더욱 굳세게 틀어잡아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긴급담화에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당은 공격적인 직선전략에서 우회전략을 펼치려고 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서는 영변핵물리지구 보위안전 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나선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 미국과의 ‘대결’ 대신 ‘대화’ 전략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영변 핵시설 안팎의 움직임이 외부에 포착되지 않도록 철저한 비밀 엄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하는 듯한 ‘위장 쇼’를 벌이기 위한 사전작업 의도로도 읽힌다. 향후 전개될 대미(對美)대화의 핵심 요건이 북한의 핵폐기 또는 핵동결인 만큼, 비핵화 의지를 드러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밑작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는 전시성 핵 폐기 이벤트를 벌여 국면 전환을 꾀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개발을 중단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으나, 약 3개월 뒤 태도를 바꿔 영변 원자로 봉인을 해제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과 5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북핵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편, 북한은 특사단 방북을 앞둔 지난 3일 각급 도·시·군·당 책임비서 이상의 간부를 대상으로 ‘핵 강국으로 더욱 확고히 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 청년동맹 근로자 학습반 강연회를 3월 중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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