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을 이틀째 방문 중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위시한 북한 특사단이 군부의 간부들 중심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 ‘한반도 긴장 문제 해결의 당사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군력(軍力)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관영 매체를 동원,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는 장면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룡해는 차수 계급을 단 청록색 군복을 입고 중국 방문에 나섰으며, 환송을 나온 인사들도 군 간부들이 많았다. 특사단에는 총참모부 리정길 작전국장과 인민군 외사국장이 동행했다.
김정일 시대 이후 북한은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군부 실력자를 권력 서열 앞 순위에 집중 배치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김정은을 대신하는 특사로 최룡해만한 인물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택은 지난해 방중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박봉주 내각 총리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중국은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 책임자를 불러 사정을 듣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북한도 군사적인 내용들을 설명해 중국의 이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최룡해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열 치안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군부 중심의 특사단 파견에 대해 “이번 방문에서 중국과 정치군사적인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위기 조성의 당사자인 군부가 직접 그 배경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중국이 요구하는 상황악화 방지를 직접 약속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4차 핵실험보다는 6자회담으로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을 미국에 파견해 빌 클린턴과 회견하고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조미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예한 바 있다. 당시 조명록도 차수 계급을 단 군복차림으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룡해 방문을 계기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화에 나설만한 구체적인 유인책은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양국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P 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언론들은 한반도 해빙이 조기에 찾아올 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격식이라는 강경파가 총참모장에 기용된 것을 우려했다. AP는 “김정은이 예상치 못하게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을 인민군 총참모장에 재기용함으로써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핵미사일 카드와 긴장고조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