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 대회를 직접 주재한 지 채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정치지도원이 주도적으로 밀수에 가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9일 새벽 1시경 국경경비 25여단 직속 3중대 정치지도원 주도로 진행된 밀수가 혜산시 혜탄동 인근 지역 현장에서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정치지도원은 북한산 두릅을 중국에 팔아 넘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군의 정치지도원은 당의 사상과 방침을 군인들에게 교육시키고 행동을 통제하는 직무를 맡은 군관이다. 북중 국경지역을 지키는 경비대 군인이 밀수에 가담했다 적발되는 일은 종종 발생하지만 정치지도원이 직접 밀수를 하다 적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진행된 중대장 정치지도원 대회를 직접 지도하면서 “칼날같은 군기를 철저히 확립해 조직성과 규율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원이 주도적으로 밀수를 진행한 정황이 드러나자 군의 기강해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군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탈북민은 “군에 공급이 열악하니 본연의 복무보다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군대도 자력갱생에 집중하니 기강이 해이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중대장,정치지도원 대회에서 군인들의 자력갱생이 강조됐다는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http://북한, 군대에도 ‘자력갱생’ 강조… “알아서 살 궁리 마련” )
한편 이번 사건은 원칙대로라면 군에서 수사권을 갖지만 군이 아닌 시 보위부에서 수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혜산시 보위부 정보과장이 지도원 2명과 함께 수사를 하고 20일 현재 수사를 속전속결로 종결한 상태”라며 “누군가 보위부에 군관의 밀수 사실을 밀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 사건의 정치지도원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한 처벌이 내려진다면 군 기강해이를 당국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하급 군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건을 축소한다면 현재 군의 밀수가 만연해 있으며, 당이 군관의 불법적 돈벌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사회적 특성상 행정 일꾼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본보기 차원에서 크게 처벌하지만, 당의 사상을 전파하는 정치 일꾼의 경우 당사자가 권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사건을 축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정치지도원에 대한 신병처리가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