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천만 사람 심장 뚫는다’는 방송에 무릎 꿇어”

진행 : 이번에 합의된 남북공동보도문에서 가장 눈에 뜨는 점은 북한이 군사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전례가 없진 않지만 북한이 유감을 표한 것은 드문 일인데요. 북한 출신 기자인 최송민, 강미진 기자와 함께 그 의미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 기자, 그동안 각종 도발에는 사과하지 않던 북한이 이처럼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 : 우리군의 대북방송 재개가 김정은 체제유지에 그 어떠한 대량 살상무기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김정일은 ‘총포탄으로는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없어도 방송선전은 천만 사람의 심장을 뚫는다’고 말했듯이 방송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을 김정은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특히 3대 세습으로 이어진 기나긴 세월, 김 씨 일가가 저지른 반인민적 죄행이 낱낱이 고발되고 그것이 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반항으로 이어지는 추동력으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 : 북한은 이처럼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측’이라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저질렀다는 부분을 시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는데요. 이는 그동안 발뺌해왔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 기자,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강 : 그렇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물론 정찰총국장인 김영철과 기타 각 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들을 내세워 DMZ 남측지역 지뢰도발행위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선전공세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완고하게 나왔던 북한이 이번 마라톤회담을 통해 유감이라 밝힌 것은 자신들 행위를 시인하고 세상에 머리 숙인 것과 같습니다.


이번 남북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에서 북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의 의미보다는 공동합의문에 자신들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북한은 지금껏 모든 대남사건들을 발뺌하던 방식에서 유감을 표현한다는 자체는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대남방송의 중단이 절실해서입니다.
    
진행 : 이런 공동합의문은 북한 매체를 통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 기자,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최 : 북한당국이 이번에 발의된 공동합의문을 신속히 보도한 것 보면 반드시 ‘김정은의 업적’, ‘대남 대결전에서의 위대한 승리’로 자칭할 것입니다. 주민강연, 방송선전 등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해 당 창건 70돌을 앞두고 이룩한 승리로 자칭할 것입니다. 지뢰도발과 관련한 유감표현은 무시하고 대북방송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가지고 떠들어 댈 것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상투적 수법을 알 만큼 다 알고 있는 북한주민들 입장에서는 속으론 쓴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진행 : 또한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합의도 눈에 띕니다. 강 기자,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강: 북한 주민들은 평시에도 생활고에 시달려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준전시사태까지 겪게 되면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처럼 북한주민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어느 쪽이 굴복했던 상관없이 준전시선포가 해제되어 정상생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북한은 대부분 지역에서 가을 수확을 하고 있는 시기로서 특히 준전시가 선포된 황해도 지역은 북한 농사의 대부분 수확량이 확보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가을 수확에서 적기를 놓치면 수확량에도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여 볼 때 주민들에게 준전시상태가 해제된다는 것은 일상생활로 돌아가 정상적인 가을걷이를 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당장 가을이 눈앞에 다가온 시기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손해만 볼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이 공동합의문에 준전시를 해제한다고 선포한 것은 북한당국으로서도 바라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준전시를 선포한 것이 대남방송 중단을 위한 해결책으로 남한 정부에 위협을 주기위해 선포된 것이잖아요? 북한 당국으로서도 준전시해제가 빨리 돼야 황해도 지역에서의 가을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준전시해제 합의가 절실했을 것 같습니다


진행 : 사실 북한 주민들은 준전시상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우리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연지역을 제외하곤 훈련을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요. 최 기자,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것에 대해 주민들 등이 어떻게 반응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최 : 주민들은 준전시선포를 놓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1968년 김신조 사건 때부터 8번의 준전시 선포로 너무나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그러다 말겠지’ 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왔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전연지역에만 해당된 준전시가 선포된데 대해 ‘뭐 이런 것도 있나, 전쟁을 황해도에서만 하는가’라며 비아냥거리던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남한을 당장 칠 것처럼 으르렁 대던 것이 며칠 못가서 준전시가 해제된 것에 대해 그러지 않아도 ‘종이범’이라 비웃던 주민들에게서 더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진행 : 이번 사태의 과정을 쭉 보자면, 김정은은 위기를 극대화시켜 놓고 또 다시 대화를 진행하고 합의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양 극단을 오고가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강 기자, 이런 김정은의 자질과 습성,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강 : 한국 측은 북한당국의 이 같은 처사를 놓고 상투적인 ‘오락가락’ 또한 ‘화전’전략이라고 평가하지만,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당국은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장군님의 전략과 전술’ 혹은‘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예지’라고 김정은을 추켜세우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 김정은의 빈약한 정치실력, 지도경험이 부족한, 즉흥적인 어린지도자라는 것을 주민들이 낱낱이 알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북한당국의 이러한 수법은 수십 년 세월 상투적으로 써먹어 왔던 낡은 방식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조국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새롭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그동안 북한은 남북 간 긴장을 유발하는 사태를 저질러 놓고 한국정부에 저들의 요구하는 것을 해결하려는 술책을 써왔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이런 면에서 김정일 체제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던 지난 시기와 달리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남도발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여 결국 북한 당국이 손을 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매 순간마다 급변하며 판단하기 어려운 김정은에게 우리의 대북방송이 핵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가 된 것입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이 대북방송이기 때문에 향후 김정은 체제는 지금껏 써왔던 대남비난 등에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진행 : 북한은 매체를 통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남조선(한국) 당국에 대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인데요. 최 기자,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최 : 얼마 전 북한매체에서는 예상외로 대한민국이라고 공식국호를 불렀다. 이것은 남조선괴뢰라며 허수아비라 불러오던 북한에게 있어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어쩔 수없이 대한민국 이라고 불러야만 했습니다. 자기 측에서 고위급 대표2명이 나가는데 괴뢰와 마주 앉는다고 할 수 없지 않겠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대북방송 문제를 비난방송이라며 그 중단을 목적 한 것  만큼 자기들은 비난하지 않고 공식용어를 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전입니다. 하지만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괴뢰라 불렀습니다. 이것은 자기들 입맛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스러움을 실증해 준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성을 잃은 당국의 행위에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지금껏 북한 체제는 주민들과의 작고 큰 약속들을 지킨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일성의 ‘이밥에 고깃국’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잖습니까? 또 가까운 실례로 2012년 강성대국으로 주민들에게 유족한 생활을 약속했던 당국의 거짓말에 주민들은 더는 속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이 최고라고 한답니다. 이 의미는 당국이 뭐라고 해도 믿을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북한 주민들의 신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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