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5년간 핵보유·내부결속에 ‘고립상태’ 역이용”

‘핵실험, 대북제재…다시 핵실험, 또 대북제재….’ 북한 김정은 집권 5년, ‘도발과 고립’이라는 용어로 축약된다. 총 세 차례의 핵실험과 서른여섯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초강경 제재가 이어진 결과다. 집권 초 ‘해외 유학파 출신’ ‘젊은 나이’ 등의 이유로 일각에서는 ‘대외관계서 개방적 움직임 가능’이라는 기대가 나오긴 했지만, 정작 김정은은 5년 동안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고립 자초 전략을 마냥 ‘실(失)’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제적 고립이 악재(惡材)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어차피 ‘마이웨이(My way)’로 정권을 공고히 하려했던 김정은은 고립 상태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로 여겼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김정은은 대외에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내부 체제 결속을 꾀하는 데 ‘고립’을 빌미로 삼아 왔다. 주민을 대상으로 ‘제재 압살정책에 맞서 승리하자’는 선전을 강화하면서 실질적인 핵능력도 증강시켰다. 김정은이 제재 국면에서조차 ‘핵보유’를 주창하는 배짱도 여기서 나온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법센터 소장(前주일대사)은 최근 데일리NK에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미사일 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지 않았나. 내부적으로도 권력 승계와 정권 공고화는 어느 정도 이룬 상태”라면서 “그렇게 본다면 (고립은 심화됐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5년 간 핵보유를 위해 대외관계를 희생시켜온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북한은 대외관계에 있어 모든 제재를 다 감수하더라도 핵보유를 인정받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김정은이 이 같은 대외 관계 전략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건 ‘중국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 제재가 중심이 된 고립에 김정은이 그다지 아파하지 않았던 이유도 중국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은 20억 8700만 달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수입액은 25억 500만 달러로 작년 대비 6.4%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올해 1~10월 북중 무역액은 45억 9300만 달러로 작년과 대비했을 때 3.4% 증가했다.

이처럼 유엔 안보리 제재 후에도 중국이 ‘민생 예외’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손을 완전히 놓지 않는 한, 북한에게 있어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고립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모두 감수하겠다고 자신한 건 중국이라는 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북한이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 코너에 몰리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서 “중국도 북한과의 교역에 있어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강경한 제재까지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김정은이 국제적으로 지도자를 공인 받고 체제를 완전히 안정화시키려면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어야 했다. 아직까지 중국 방문을 못하고 있는 건 김정은에게 상당히 아쉬운 대목일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5년 간 북한의 대외관계는 ‘절반의 성공’이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핵포기 없이 고립전략 지속…당국은 압박하고 주민은 고립서 해방시키는 전략 필요”

그렇다면 집권 6년차를 맞는 김정은 정권의 대외관계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북한은 고립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핵포기가 뚜렷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과 협상에 나서거나 제재·압박 구도서 벗어나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미중관계 향방에 따라 좌우될 수 있어 일단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에 따라 김정은 역시 당분간은 유화국면으로의 태세 전환이나 추가 도발을 삼간 채 2017년의 외교 지형을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 소장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지의 여부는 사실 미중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달려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앞으로 미중관계가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임을 여러 면에서 시사하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가 큰 배경이 되고 나서야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평양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불확실 요소들이 배가되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한국의 국내 정세도 예측 불가인데다 향후 미중관계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북한도 내년에 어떤 태세로 나와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 연구위원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야 늘 있었던 것이지만, 문제는 이 대화가 어느 정도 생산성이 있는 것일지 따져보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말하는 생산적인 대화는 북한의 핵포기다. 북한이 핵포기나 핵동결 의지를 명확히 보이지 않는 이상 실제 대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도 외교적으로는 대북제재에 찬성하는 입장인 만큼 북한에게는 북중 관계를 유지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미중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북한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중관계를 고려해보면 북중관계가 내년에 최악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도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도 북중 간 교역은 더욱 늘어나는 등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북한의 전체적인 고립감은 더욱 깊어지겠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선 앞으로도 회복 조짐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북한의 대외관계 전망을 고려한 한국의 대북전략과 관련, 전문가들은 “제재·압박 공조만이라도 확실히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문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50개에서 100개 정도의 핵을 실전배치하는 건 이제 시간 문제가 돼 버렸다.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북한 핵 폐기에 대북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북 석탄 수입을 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남 소장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더라도 우리가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공조를 튼튼히 해둬야 한다”면서 “국내 정세로 인해 당분간은 대북정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간 유지해온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동맹, 북한인권 압박 공조 등은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고립을 자처하는 김정은 말고 북한 주민을 고립에서 해방시키는 전략도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민과 대화하는 수단을 내밀하게 구상해야 제재와 압박 전략도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