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당 창건 기념일(10일) 76주년에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행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차를 기념하려는 의도로 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위성 사진을 분석, 북한이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현재 준비 중인 열병식은 김정은 동지의 조선노동당 령도(영도) 10주년을 총화하고 기념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면서 “열병식은 당 창건기념일 당일에 진행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집권 10년 차를 맞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했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0년간 지도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대북 제재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은 북한이 동요하는 민심을 다잡기 위해 열병식을 급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열병식은 외부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 열병식에 새로운 장비와 실전 배치한 새로운 무기도 동원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행사는 외부용 무력 시위보다는 내부 선전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음달 열병식은) 원수님(김정은)의 승리적 노동당 령도 10주년 경축 열병식으로 무력 도발 목적이 아닌 내부결집용 자체 경축 행사이다”며 “당원, 군인, 근로자들에게도 정주년(5, 10년 주기의 일종의 꺽어지는 해)이 아닌 시기 열병식을 하는 건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이 뜻깊은 명절이기 때문이라고 교양 중이다”고 덧붙였다.
급하게 준비된 열병식… 내년 태양절 열병식 인원 중 차출 |
이번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김 위원장의 지시로 다소 급하게 준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래는 내년 4·15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주년 맞으면서 전군 부대 작전부 훈련부장, 훈련 참모들이 인원모집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태양절 열병식) 연습 중에 갑자기 당적으로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이 포치됐다”고 전했다.
앞서, 본지는 북한이 내년 110회 태양절을 위해 3만 8천 명이 참여하는 최대규모의 열병식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7월 1일부터 군단별 종대를 구성해 부대별 지휘부 소재지에서 종대별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었다.(▶관련기사 : 이번엔 3만 8천명…북한, 내년 태양절 110돌 최대규모 열병식 준비)
소식통은 “총정치국과 총참모부가 당 중앙의 지시에 따라 (3만 8천 명 중) 1만 5천 명을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 추출(차출)했다”며 “갑자기 (태양절 열병식) 훈련 중에 지시가 내려와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을 밤에 할지 주간에 할지도 총 상무지휘부에 포치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야간에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열병식은 갑자기 준비되면서 행사 시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열병식 준비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식통은 “7월 1일부터 부대 지휘부 소재지들에 모여 연습 중이던 종대를 추출해 올라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당시도 내년 태양절까지 10개월이라는 기간이 있는데 6월에 벌써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에 이상하긴 했다”고 말했다.
내년 태양절 열병식 준비를 상당히 일찍 시작한 것이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 기념행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소식통은 “이들은 이번 열병식을 치르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서 원래(태양절 열병식) 종대로 배속된다”며 “기존 연습 중이던 3만 8천 명의 태양절 열병식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행사도 준비 중”… 주민들 군인들 영광으로 생각 |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10년을 축하하기 위해 군인들이 참가하는 열병식 이외에 각종 민간 행사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열병식 기간에 맞춰 군중 시위와 경축 공연이 준비 중이고 평양시민들은 바닥 배경대(카드섹션)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평양시당, 시 근로 단체조직,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동, 인민반, 기관기업소별로 인원이 조직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평양시 구역별로 9월 둘째주부터 공지(空地)에서 모여 훈련을 시작한다고 조직적으로 포치된 상태이다”면서 “평양 시민들은 대체로 원수님(김 위원장)을 모시고 진행하는 1호 행사에 자주 동원되는 일을 수도시민의 긍지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열병식 동원에 주민들이 특별한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연이어 열병식을 준비하는 군인들도 특별한 불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열병식에 동원되는 군인들도 어차피 7월 1일부터 총참 지시에 따라 각 군에서 선발돼 연습 중이던 군인들이다”며 “준비 기간 갑작스러운 명령으로 두번 원수님 모시고 열병식을 참가하게 된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려워도 꼭 해야 하는 기념비적 행사” |
소식통은“4·25여관에 숙소를 정하고 최대의 식량, 부식물, 당과류 공급보장 체계를 후방총국과 당에서 모든 것을 보장해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열병식 참가자들은 전부 군 국방성 후방총국과 당 중앙이 챙기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총참모부 직속 통신부대, 공군사령부, 해군사령부, 91훈련소의 군인 중 남자 10%, 여자 90%가 배식조로 동원됐다”며 “사정이 어려워도 이번 열병식은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기념비적 행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열병식은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한 대규모 군사 사업이다. 경제 상황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행사를 꼭 진행해야 하려고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