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주민들의 한국 드라마 시청 단속·검열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등 단속기관은 뇌물을 받고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준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김정은이 한국 드라마 시청에 대한 엄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한때 본보기 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행 등의 강한 처벌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뇌물이면 김정은의 지시라도 불법이 용인되고 있는 현실이다.
평양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발각된 주민들이 이제는 강한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면서 “드라마 단속 기관들이 뒷돈(뇌물)을 받고 봐주고 있어, 적발됐다는 이야기만 돌지 처벌을 받았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렇다고 109그루빠(그룹) 외에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인민위원회 등의 단속이 느슨해진 게 아니다”면서 “수시로 ‘가택수색’을 벌이면서 한국 드라마 CD, USB가 발각되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속원들은 수색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CD나 USB를 발견하면 주민들에게 뇌물을 은연중에 요구한다. 단속에 적발된 주민은 뇌물로 많게는 500달러까지 낸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속원들은 뇌물을 주지 않으면 ‘관리소(수용소)로 끌려가 평생 못 나올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다”며 “또 ‘어려우면 성의라도 보여라’, ‘100달러라도 내면 봐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회유한다”고 전해왔다.
또한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처음에는 원칙적으로 집행하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각 단위가 경쟁적으로 뇌물 챙기기에 집중한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단속 기간 1년이면 집(주택) 10채도 우습다’는 말도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자기 몫을 챙긴 단속원들은 상부에는 “강한 단속에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민이 줄었다”는 식으로 보고한다. 이런 보고에 뇌물을 챙긴 상급 간부들은 “더욱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이 같은 현실을 중앙에서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급 관리부터 상급 간부까지 뇌물로 단단한 연결 고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권력 남용으로 뇌물을 받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비일비재다. 김정은이 이를 알면서도 자신의 체제 유지와 권력 엘리트들의 충성심 확보 차원에서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시혜를 배풀만한 것이 마땅치 않은 조건에서 간부들의 ‘권력을 이용한 배불리기’를 방치하는 셈이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은 말로는 ‘간부들의 비리를 엄히 다스릴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비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비리가 발각된 간부들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주민들은 “간부들이 뒤로 빼먹는 돈은 결국 최고지도자(김정은)에게 들어가는 것 아니냐”라며 “간부들이 배를 불려도 최고 존엄은 따라갈 수 없는 모양”이라는 말을 한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