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보 영원히 차단 못해…대북방송 꾸준히 해야

7월 31일 오늘 이 시간에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살펴보고,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통일교육원 원장님이신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님 나오셨습니다.

1. 박 교수님께서는 독일 통일 전후과정을 연구하신 대표적인 독일 전문가이십니다. 독일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제가 독일 유학 중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그 후엔 서독인에게는 꿈에서나 가능했던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눈앞에서 보고 분단국가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당시 많은 유학생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제가 공부하는 과정에 그런 주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통일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2. 독일 통일 과정도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일이 우리보다 경제 대국이었으며 인구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어쨌든 독일은 우리보다 확실한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KTX를 놓을 때 독일의 ICE(이체), 프랑스의 TGV(떼제베)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있던 것처럼, 후발주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독일 사람들도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통일을 맞이하면서 많은 비용을 치렀고 준비되지 않은 통일을 했기 때문에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비용뿐만 아니라 당시 통일 과정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후발주자기 때문에 쉽습니다. 남이 잘못 간 길을 피해가면 되기 때문이죠. 독일이 했던 시행착오를 잘 피해간다면 우리가 훨씬 쉽게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저뿐만이 아니라 이미 서독의 밤베르크대학 경제학과의 블룸 교수가 디 짜이트(Die Zeit)지에 ‘북한 재건’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디 짜이트지는 독일에서 매우 권위 있는 주간 신문입니다. ‘북한 재건’이라는 글에 ‘코리아카탈로그’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독일은 처음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지만 한국은 독일이 범한 시행착오를 피해간다면 독일보다 훨씬 쉽게 통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독일 빈대학교의 프랑크 박사 또한 동의했습니다. 절대로 한국 통일이 독일보다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발주자효과’라고 얘기를 하고 싶고 한국통일은 독일통일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3. 독일통일 과정에서 미디어, 그러니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매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일의 통일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독일 내의 전문가, 정치인 등을 비롯해 많은 책을 통해서도 “독일 통일은 기적이었다“고 얘기합니다. 그 정도로 독일 통일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한편 통일이 안 된 분단 상황에서도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실제로 동서독 간의 분단 시절에 많은 교류·협력이 있었습니다. 제가 얘기하는 교류·협력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적인 것입니다. 그 중 TV 프로그램의 교환이 있었습니다. 서독에서, 저 또한 그렇듯, 서독의 방송보다 더 화려하고 선정적인 동독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놀란 사실은 동독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독 공산당에 대한 불신의 누적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해외의 모든 소식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서독의 8시 뉴스를 통해서 얻었다는 고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분단시절에 상호 TV프로그램 교환을 통해서 동독사람들이 서독의 소식들을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이 미디어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미디어의 위력은 통일 과정에서 동독에 급변사태가 일어나고, 무혈혁명이 일어나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어 통일까지 연결되는 과정에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동독 공산당 대변인으로 있던 샤보브스키가 기자회견을 통해 동독사람들에게 향후 동독 공산당은 서독으로의 여행의 자유를 허가할 것이라는 내부 결정문을 발표했는데 당시 정확한 일정을 숙지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에 임했습니다. 이에 한 이탈리아 기자가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 것이냐고 묻자 자기도 모르게 ‘지금 즉시’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 방송을 들은 모든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고, 수많은 인파를 국경수비대가 제재하지 못하고 그대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려 서독으로 몰리는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당시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또 하나의 사례라고 보입니다.

4. 다양한 매체들 중에서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독 주민 의식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매체는 무엇이었나요?

서독에 두 개의 공영방송이 있습니다. 제 1 공영방송인 ARD와 제 2공영방송인 ZDF가 있습니다. 이 두 방송의 8시 뉴스가 동독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방송입니다. 거의 여과 없이 방송이 됐었습니다. 물론 동독에서도 그 대용 프로그램인 ‘더 슈와츠 카날’, 일명 블랙 채널(The Black Channe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북한이 국내 현안들을 다른 해석을 통해서 내보내듯이. 서독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회적 현상들을 동독식으로 풀어서 서독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위력보다 서독 공영방송의 뉴스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5. 동독을 변화시킨 가장 큰 힘은 동독사람들의 변화와 자유를 희망하는 힘과 용기이고 나아가 통일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미디어로 인해서 동독 주민들이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처럼 한반도에서 ‘미디어’가 통일을 앞당기는 일종의 가교, 그러니까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미디어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수단, 매체입니다. 지금 북한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돼있습니다. 물론 음·양으로 정보가 들어가고는 있지만 워낙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에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정보를 차단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독재정권이 지탱되기 어렵기 때문일 텐데, 미디어는 그런 의미에서 통일을 앞당기는 큰 가교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미디어가 역할을 하려면 민간의 의지와 더불어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의 통일 미디어 등에 대한 정책 지원은 어떤가요?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인 지원을 구체적으로 할 것을 기대하기 전에 지금도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 예를 들면 국민통일방송, 극동방송, KBS 사회교육방송을 지속해야 합니다. 또한 장마당이 중요한 정보전달의 수단이 됩니다. 장마당은 단순히 물품만 교환되는 곳이 아니고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교환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우리가 USB, 삐라 등을 활용해 장마당을 통해서 정보를 유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북 삐라가 우리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통일부에 있는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이후에는 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남북협상을 할 때마다 끝까지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 대북삐라 살포 중단입니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정보 역시 북한은 상상도 못 하는 진실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은 매체라 할지라도 그 안에 진리와 인권, 희망,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들이 콘텐츠화 되어 잘 녹아나게 된다면 굉장히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특히 동독 통일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한국의 통일 미디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통일에 대한 희망과 열망을 갖도록 어떤 방송을 지향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또는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인권과 같은 것을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기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지만 북한 주민들이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가 어떤 체제인지, 그들이 알고 있는 북한의 현대사가 얼마나 왜곡됐는지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탈북자 1호쯤 되는 분들을 만나 봐도 대북 삐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사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한 분은 6.25가 북침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교육받아 왔는데 남침이라고 하는 단어 하나를 보고 스스로 탈북을 결심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조차 왜곡된 정보와 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 주민들에게 아주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담아 낸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 극동방송에서 직접 ‘남과 북이 하나되어’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을 직접 진행하셨던 이유가 있으셨나요?

2001년 9.11테러 이후 서구사회의 선교의 문, 기회가 종말이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통일을 선교적 차원에서 본다면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영국 등 서구사회가 선교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9.11테러로 나타났다고 한다면 나머지 선교의 역할을 담당할 비 서구민족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의 역할, 통일 이후에 나타날 선교의 비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들 때문에 방송을 직접 하게 됐습니다.

9. 북한 당국은 가장 엄격하게 정보를 통제하는 독재·공포 국가입니다. 따라서 우리 방송도 주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 수준을 변화시킬 수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북한 당국이 정보를 영원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독재국가라고 할지라도 불가능 합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북한사회도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 사회가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고,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통계상으로도 엄청난 수의 공개처형과 숙청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국민들도 상당히 의식이 변화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까도 말씀 드린 것처럼 삐라, USB, 단파방송,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나 극동방송 등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북한주민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정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형태라도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이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10. 오랫동안 독일통일 과정을 연구하고 또 그 경험을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공부하고 계신 대표님이십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북한 주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북한주민들 힘드실 겁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일하기도 힘들 텐데 여기에 생활총화도 나가야 하고 당, 조직생활도 하고. 또 기업조직 생활도 하고 매우 고달플 겁니다. 제가 어느 집회에서 한 분이 “북한주민 여러분 살아있어만 주십시오!라는 말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면 통일된 미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만 살았는데 자유가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주는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또 배고프지 않고 눈치 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무엇인지 꼭 경험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