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의 앞날 여전히 불투명하다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북한의 불안정성이 주목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겉으로만 보면 북한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지난 3월 9일에는 김정은 정권의 제도적 완성을 의미하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도 있었다. 사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권력지형은 그가 집권하면서 점진적으로 구축돼 왔다. 13기 대의원 선거는 이미 그려진 권력지도를 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제도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한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이제 권위 있는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통치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북한 내부의 권력 암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향후 북한정권은 커다란 혼돈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불안정성은 증폭됐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북한 엘리트 사회의 폐쇄성은 남다르다. 변화를 거부하고 옛것을 고수하는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굴러온 돌(rolling stones)’을 배격하려는 행태는 당(黨)이나 군(軍)내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그리 대단한 업적도 없었던 80여 년 전의 항일무장투쟁 전통을 오늘날까지 고수하며 틈만 나면 빨치산 유격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전통은 자연스럽게 ‘백두혈통’이라는 알지 못할 정체성을 창출해냈고 그것은 오늘날 북한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해주는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은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제111 백두산 선거구’에 의도적으로 출마했던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엘리트들의 폐쇄성이 권력 암투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이 있다. 김원홍은 지난해 장성택 숙청과정에서 중요한 공을 세워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 떠오른 인물이다. 최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보위부 내부의 권력 다툼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갈등의 핵심인물은 보위부장 김원홍과 보위부 정치국장 김창섭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보위부 장악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다.

김원홍이 보위부와 앙숙의 관계인 인민군 보위사령부 출신인 반면 정치국장 김창섭은 보위내에서 잔뼈가 굵어 내부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라고 한다. 김창섭과 그 추종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김원홍의 성분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양측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됐음 직하다. 팽팽한 대립 구도는 장성택 처형 후 본격적인 권력투쟁으로 표면화했다. 현재까지는 김창섭 측에서 공세적으로 김원홍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테면 지난 1월 김원홍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김정은을 어린애라고 비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가하면 김원홍의 아들인 보위부 소속 신흥무역회사 사장 김철이 저지른 비리 등도 신속하게 퍼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장성택 숙청에 앞장섰던 김원홍이 당 행정부에 빼앗긴 보위부 이권을 하나도 되찾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존재한다. 향후 김원홍 측의 대응 수위에 따라 그 파장은 북한 권부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트들의 이권 다툼, 과열된 충성경쟁, 그리고 그로 인한 권력투쟁의 점화는 정권 내 균열을 일으켜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엘리트 사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 북한 엘리트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반목과 배신’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숙청으로 권력을 유지했던 고구려의 봉상왕이나 궁예는 모두 부하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포와 장비도 인덕(仁德)의 정치를 도외시했기에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이래저래 북한 정권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