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중대한 문제’는 ‘핵(核)무력 강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첫날 회의에서 ‘핵 무장력’을 수차례 언급하며 이를 직접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핵관련 논의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공표하며 주요 간부들에게 핵무장 필요성을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첫날 회의 다음날인 29일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당건설과 당활동, 국가건설과 국방건설에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었다”면서도 ‘중대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첫날(28일) 회의의 중심 논의 사항은 ‘핵’이었다”면서 “핵무력 강화에 대한 언급이 회의 초반부터 수차례 이어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서두에서 “이번 12월을 통하여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국주의자들을 비롯한 전 세계가 매우 긴장된 것을 보면서 우리 당과 혁명 무력의 핵무장력 강화가 얼마나 정당한 가를 더욱 절감하게 됐다”면서 “올해는 핵무장력 강화의 승리의 고지 위에 백두의 붉은기를 꽂은 가장 역사적인 한 해”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두 차례의 ‘중대한 시험(실험)’ 진행 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이에 주목하고 긴장하는 것을 보고 핵무장에 대한 필요성을 확신하게 됐다는 얘기다.
북한 당국은 이 두 차례의 ‘중대한 시험’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7일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체연료 신형 엔진 시험이었고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ICBM 고체연료 엔진실험… ‘美 본토 타격 가능’ 자축 분위기” ) 13일은 고체연료 사용 로켓의 3단 분리 시험이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고체연료 엔진 사용 3단 분리 로켓 실험…다탄두 ICBM 완성 필수 과정”)
김 위원장은 12월에 이뤄진 두 차례의 ‘중대한 시험’이 핵무장력 강화라는 승리의 깃발을 꽂게 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는 두 차례 시험 이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 실전배치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은 7일 동창리 시험 이후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시험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전원회에서)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진군 속도를 비상히 높여 나가기 위한 투쟁 노선과 방략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매체가 밝힌 ‘전략적 지위와 국력의 강화’는 북미 대화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놓고 미국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김 위원장이 2019년을 평가하면서 ‘핵무장력 강화의 승리’라는 평가를 내 놓은 것은 앞서 언급된 ‘전략적 지위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 21일 당 중앙위 군사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핵무장 강화에 대한 사안을 전당적으로 공표하면서 핵무장을 공식화하려는 의미가 컸다”면서 “다만 우리를 핵무장의 길로 끌고 간 것은 미국이라는 의미의 표현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안건의 수위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직후인 22일 함경남도 마전 특각(별장)에 내려가 있다가 전원회의 직전인 27일 (평양으로) 올라왔다”며 “특각에서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세부 사안들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은 사흘째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신문은 30일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언급, 3일차 회의 개최를 시사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 3일째인 30일(오늘)에는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 핵무력 실전배치를 강화하기 위한 국방부문의 편제 변화가 포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