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 우상화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이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자책 속 한해를 보냈다”는 파격적 발언을 한 데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긍정적 반응보다는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신년사 전체내용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능력 부족 문제를 꺼내든 대목에서 다들 놀라워했다”면서 “하지만 ‘충실한 심부름군(꾼) 다짐을 백 번 해서 뭐하나. 실천이 중요하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더 많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런 말은 ‘이밥에 고기국을 먹이겠다’는 (김일성) 빈말과 똑같다는 주민들도 많다”면서 “‘어울리지 않는 별난 말로 감동시키려 한다’고 비판하는 주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양력설 휴식기간 친척과 친구들과 신년사 내용으로 대화한 것은 수십 년 만 처음”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주패(카드)를 즐기면서 ‘원수님(김정은)도 능력이 부족한데 그 밑 쫄짜(卒子)가 능력이 있겠나’며 지도부를 싸잡아 야유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북한 김정은이 이례적인 ‘수령책임론’을 내세우면서 ‘애민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당국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주민들이 점점 체제나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북한 체제 핵심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돈주(신흥부유층)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평가는 그 뉘앙스가 묘하다. 겉으로는 긍정적 반응 같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는 것.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장군님(김정일)은 백성들만 못살게 통제했지만 원수님(김정은)은 간부들의 비리에 모진 억압을 가하면서도 주민들에겐 장마당을 풀어준다. 정치전략이 한 수 높다”고 평가한다.
이어 그는 “외국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장사도 할 줄 알고 백성을 아버지(김정일)보다는 잘 다루는 것 같다고 말한다”면서 “텔레비죤 앞에서 대담하게 머리 숙이는 연출이 아버지보다 솔직한 것 같지만 오히려 대대적 피바람을 예고하는 듯해 더 무서워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해외 무역일꾼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신정 3일을 보내고 4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으로 나온 한 북한 무역일꾼은 이날 통화에서 “‘인민의 참된 충복’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정치 기교에 능숙한 지도자의 모습이 그려졌다”면서 “속으로는 분명 딴맘을 품고 있지만, 겉으로는 속일 줄도 알고, 울 줄도 아는 변화무쌍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