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위원장에 “과학기술로 식량·전기 자체 해결” 강조

지난해 10월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의 한 지역. 장사꾼이 곡물과 태양광 패널을 팔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당국이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중순 평양에서 개최된 인민위원장 회의에서 주민들에 대한 식량 문제를 비롯해 전력 공급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자력갱생을 위해 새로운 과학기술을 습득하라는 주문도 포함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재차 밝힌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 방침은 인민경제를 주체화(자립경제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하는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을 각 지역단위에서 구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에 평양에서 열린 도(道), 시(市), 군(郡) 인민위원장 회의에서 주민 전력공급을 위한 에너지 문제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절량세대(식량이 떨어진 세대) 문제는 지방 인민위원회에서 자체로 해결하라는 것이 중요하게 논의됐다”며 “또 다시 자력갱생이 강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굶주림에 놓인 절량 세대에 대해 각 인민위원회가 싼 값에 쌀을 제공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주민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시도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자력갱생을 위해 국가망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배우고 경제성장 비결을 습득하라는 명령도 전달됐다. 소식통은 “컴퓨터를 통해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일군(일꾼)들에게 한 해에 1건씩 기술혁신 과제를 하달해 생산과 경영에서 눈에 띄는 성장이 나타나도록 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지식 경제강국을 만들겠다’는 김 위원장의 비전이 구체화 된 지시로 읽힌다.

아울러 전력 자체 공급을 위해 중소형 발전소 건설에 힘쓸 것과 태양광 발전 및 메탄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 등의 방안이 제시 됐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인민위원장 사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법들인데 어떻게 더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인민위원장들이 전력과 식량 부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과제를 받고 중앙에서 기대하는 만큼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질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간부들의 비법(불법)적 비리를 척결해야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강조도 있었다”며 “구태의연한 기존의 사업 방식을 버리고 생산과 경영 활동에서 변화를 통해 성장을 만들어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의에 참석한 인민위원장들에게 “지금의 자리가 타고난 자리가 아니니 중앙의 지시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인민위원장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경고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에서도 자력갱생을 위한 과학기술발전과 교육 혁신이 강조됐다. 신문은 17일 2면에 게재된 논설에서 “과학기술과 교육을 자력갱생 대진군의 견인기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언급하며 “과학기술과 교육발전을 앞세우는 것은 자체의 힘으로 경제건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원만히 풀고 인민경제 전반을 상승 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우기 위한 최상의 방도”라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과학기술발전을 선행하는 것은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반공화국 제재 봉쇄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며 “전기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과학기술 성과를 도입하여 효율을 높이고 무효전력소비를 낮추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력 생산을 계속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 대화가 경색국면에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과학기술을 통한 자력갱생은 주된 경제발전 방안으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