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독침’을 맞고 피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은 14일 복수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어제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독침을 맞고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용의자 2명은 범행 후 택시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은 이어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용의자를 북한 여성 요원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여성 요원이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이라는 정보도 나온다.
방송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내연녀와 체류하며 싱가폴을 오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무기거래와 IT분야 사업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방송이 인용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생전엔 김정남이 매달 수백만 달러의 체제비를 지원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김정일 사망 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지원이 끊겼다고 방송은 부연했다.
김정남 암살 소식은 현지 공관을 통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권한대행에게도 해당 사실이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우리 정보 당국은 현재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남은 1971년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출생했다. 김정일과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 입장에서는 ‘곁가지’라고 할 수 있다. 김정남은 한 때 김정일 후계자로 가장 유력했으나, 개혁·개방 성향으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나면서 권력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또한 김정남에 대한 위기는 종종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2009년 ‘우암각 사건’이 있다. 당시 김정남은 평양시내 별장인 우암각에서 측근들과 파티를 벌이고 있었는데, 김정은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들이닥쳐 측근들을 파악하고 조직을 와해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판 ‘형제의 난’이다.
이후 해외에서 전전긍긍하던 김정남은 모친 성혜림의 병 치료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고모 김경희의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고도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김정남은 장성택과도 지속 교신했다는 정보도 나왔다. 때문에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후에는 ‘김정남 망명설’이 돌기도 했다.
김정남은 2011년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아버지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음 달인 2012년 1월 3일 도쿄신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김정남은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은 용인할 수 없다. (후계자 교육이) 2년 정도인 젊은 후계자가 어떻게 이어나갈지 의문”이라면서 김정은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이후엔 외부언론과 접촉하지 않았었다.
장성택 숙청(2013년) 후 신변위협설이 나돌던 2014년 1월에야 김정남은 쿠알라룸프르의 한국 식당에서 일본 정부와 언론에 포착됐다. 4개월여 뒤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목격됐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언론과 즉석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남은 첫째 부인 신정희나 둘째 부인 이혜경, 아들 한솔과 딸 솔희와는 따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TV조선이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