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유별난 고층아파트 집착에 北간부도 외면”

지난 5월 북한이 36년 만에 제 7차 노동당(黨) 대회를 개최한 이후, 당 대회를 선전하고 생산성과를 독려하는 구호판이 북한 전역에 붙기 시작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북한은 6월부터 ‘인민 경제의 주체화’라는 명목 하에 200일 전투를 선포했다.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야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총동원’ ‘결사관철’ 등의 구호만 외쳐야 하니 주민들도 고역이라는 후문이다.

뿌옇게 터오는 먼동을 배경삼아 소리 없이 “모두 다 당 제7차 대회 결정관철에로!”를 외치는 선전구호판, 그리고 그 앞을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는 북한 주민. 알맹이 없이 김정은의 대관식에 지나지 않았던 당 대회를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200일 전투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보다 ‘려명거리’ 건설 완공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부터 영생탑이 있는 영흥 사거리까지 동서로 뻗은 도로에 새롭게 건설되는 시가지를 려명거리라 부른다.

영생탑(사진 왼쪽)과 200일 전투를 독려하는 선전 구호판(사진 오른쪽) 사이로 연일 계속되고 있는 ‘살림집’ 건설 모습이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3월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머물 살림집을 려명거리에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살림집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개미집’이 따로 없다. 높이 솟은 건물의 앙상한 뼈대 위로 ‘결사관철’ ‘만리마속도로’와 같은 선전문구는 보이지만, 인부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락 방지망이나 공사용 안전 펜스는 찾아볼 수 없다. 북한 주민들에게 려명거리는 ‘눈물의 거리’가 된 지 오래다.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내려다본 대동강변에선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채취한 모래와 자갈은 려명거리 건설사업의 자재로 사용되거나, 대동강 주변 공사 현장에 바로 조달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모래와 자갈 채취를 도맡은 대동강 사업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돈주들에게 ‘모래시장’으로 불리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돈주들의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건 비단 모래시장만이 아니다. 모래와 자갈 채취에 나서는 일꾼들을 겨냥해 최근 대동강변에는 온반(溫飯)과 비지 등을 파는 음식 매대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일꾼들의 수요가 늘자 돈주들의 투자로 롤러스케이트장이나 해수욕장 등 놀이 시설은 물론, 피자 판매점 등 서양 음식점들까지 세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고층 건물들과 함께 본인의 치적마저 쌓아 올리려는 김정은의 욕심은 평양 려명거리 밖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금 북한 전역에는 대대적인 건설 사업들이 한창이다. 여기저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문제는 주민들의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 전력난으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데다가, 난방도 잘 되지 않아 고층 아파트는 여러모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진짜 부자는 단층집에 산다’는 말까지 돌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주민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집권 기간 내에 들어서는 건물들은 죄다 ‘높이 경쟁’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대내외에 선전할 치적을 마련하기 위해 고층 건물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소식통은 “정작 건물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주민들로부터 강제로 거둬들이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냐”라고 지적했다.

사진을 촬영할 당시엔 북한이 장마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물길을 내고 제방을 쌓는 작업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까지 투입해 홍수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북한은 산림이 황폐하고 관개시설이 미비한 상태라 해마다 장마철이 오면 홍수 피해에 속수무책이다. 산림이 황폐해진 데는 ‘뙈기밭’(소토지)이 한 몫 한다. 배급이 끊기고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지자, 주민들이 각자 산을 조금씩 개간에 만든 밭이 뙈기밭이다.

겨울철 난방 공급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다보니, 주민들은 집집마다 화목(火木) 방식의 난방을 하며 겨울을 난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고, 그 자리에 밭을 개간하는 주민이 한 둘이 아니다 보니, 어느새 북한 산 대부분은 민둥산이 됐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다시 ‘산림조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홍수 대비엔 결국 나무를 다시 심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만 뙈기밭을 개간해서라도 먹고 살려던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와 배고픔 그리고 홍수의 두려움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밭 한 가운데선 탈곡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담장을 미처 다 세우지 못했음에도 불구, 일단 가동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선 시멘트를 비롯한 건축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담장을 세울 때 찰진 흙을 이용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진흙으로 세운 담장이 비가 오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는 것. 때문에 북한에선 흙집을 재공사하는 게 일도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양에선 ‘만리마속도’의 구호와 함께 고층 건물들이 앞다퉈 세워지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행여나 흙집이 또 소나기에 무너질까 잠 못 이루는 게 현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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