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외국 경제개혁 사례 살펴보고 있다”

김정은 시대로 접어든 북한이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개혁을 처음 언급했다.   


양형섭(86)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평양에 지국을 개설한 미 AP통신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 부위원장은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지도부를 구성해온 인물로 생존한 혁명1세대 원로 중 한 명이다. 고령의 양 부위원장이 다른 간부들에 비해 표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금기시 해온 서방 언론을 상대로 경제개혁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에도 그의 유훈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일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개혁개방이란 표현에 대한 강한 불신과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양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축했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을 갑작스럽고 비극적으로 잃게 되면서 우리는 건국 이래 가장 커다란 상실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서도 “북한 주민은 새로운 영도자의 수하에 안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 부위원장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이 이룩하신 유산을 이어받을 완벽한 준비가 된 김정은 동지가 우리를 지도할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을 오랫동안 보좌했다”면서 “군사적인 문제 뿐 아니라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김정일 장군을 도운 것은 비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부위원장은 김일성의 종매부로 김정은과는 먼 인척 사이다. 그는 2010년 10월 AP의 영상부문 계열사인 APT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고위급 관리로는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AP통신은 “조용한 말투의 80대 양 부위원장이 북한을 세운 김일성과 긴밀한 동맹을 유지하며 3대 세습가족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양 부위원장의 ‘김정은이 외국의 경제개혁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는 발언만 놓고 보면 향후 개혁개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양 부위원장 인터뷰 전말에서 드러나듯 북한은 일관되게 김정일의 유훈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일은 죽을 때까지 주체사회주의 노선과 핵무기 보유 정책을 유지했다.


양 부위원장의 ‘개혁’ 언급은 국정운영 방침의 변화보다는 외부 지원을 얻기 위한 전술(戰術)적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을 직접 거명해 발언한 것은 중국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크게 기대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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