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북한 김정은 집권 이후 그의 방중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이러한 제재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선 김정은의 방중이 절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시진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유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는 중국이 김의 방중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 어느 때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김정은의 올해 방중이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급한쪽은 북한이다. 연내 방중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하다. 연말이면 집권 만 2년을 맞는 김정은이 최대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지도자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정은의 핵보유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새로운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후 북중관계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중국은 북한에 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시 주석은 김정은 특사자격으로 방중했던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관련 각국이 한반도 비핵화 등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을 압박했다. 또 당시 9월 이전 김정은의 방중 의사를 전달했지만, 시 주석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중화권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또 전승절 60주년 행사 참석차 지난달 25일 북한을 방문한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은 김정은에게 시진핑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평화와 안정,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바 있다.
특히 김정은이 리 부주석을 직접 찾아가 방중 의사를 전달했지만 리 부주석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주석은 김정은에게 “지금 이 상태에서 (베이징에 오면) 좋을 게 없다. 시진핑 주석이나 다른 고위 지도자들이 (김정은을) 만나줄 수도 없으니 다음 기회가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현재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중국을 설득하려는 스탠스(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룡해가 방중 당시 “관련국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힌 것처럼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행보를 보이는 수준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자 간 회담도 일종의 중국을 겨냥한 ‘마음 사기’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중관계에서 가장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 들어오는지 여부다. 중국은 6자회담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며 “중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김정은의 방중을 허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 미국을 상대로 금년 하반기까지 부드러운 제안 등을 통해 다양한 시험을 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 자신들의 노력에도 한미의 경직된 자세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고 중국에 강변할 수 있다. 하반기 이후 북한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전문가는 “중국의 경제적 지원, 양국 관계 복원을 통한 김정은 체제 안정성 제고 등을 감안했을 때 김정은은 방중을 절실히 원할 것”이라면서 “만약 올해에 방중이 이뤄지지 않으면 김정은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