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바마 ‘붕괴’ 발언에 발끈했나…”갈등 심화”

지난해 미국 소니사 해킹으로 촉발된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미북관계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정권 붕괴’ 발언이 나오자,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미국과 대화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4일 ‘조선적대시정책에 환장이 된 날강도 미제는 기필코 종국적 멸망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의 사상을 말살하고 우리의 제도를 ‘붕괴’시키려고 발악하는 한 미국 것들과 더는 마주앉을 필요도, 상종할 용의도 없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명은 오바마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 ‘죄악의 총본산’, ‘강도의 무리들’, ‘승냥이 본성’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국방위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으로 이번 성명은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달 말 전투기·잠수함을 동원한 미 항공모함 공격훈련을 참관,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정권 붕괴’ 발언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면서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김정은이 맞받아치는 모양새로 향후 미북관계가 악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최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의 접촉이 무산되면서 ‘책임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양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으면 미북 관계 냉각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이 북침훈련이라 주장하며 과민 반응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이달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예정돼 있어 양국 관계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은 핵을 인정하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당분간은 지금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이면 관계 개선의 기회가 있을 것이란 차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강경 발언을 한 것”이라며 “미북 간 비공식 채널인 ‘뉴욕채널’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대화는 물론 관계 개선에 진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