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프게 할 對北방송 전면실시, 北도발 막는다

I. 한국이라는 개구리 삶기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정권은 ‘수소폭탄 실험이 성공하였으며 따라서 수폭 보유국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 소식과 국내외의 반응을 보면서 “Enough is enough!”라는, 오래전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이 유엔총회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그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왔다는 것만이 아니다. 차라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국정부의, 한국언론의, 한국의 자칭 북한전문가들의 반응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왔기 때문이다. 1차부터 4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의 국내외의 반응을 돌아보면 우리는 5차 핵실험 후의 언론기사를 오늘 당장 미리 쓸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정부는 유엔안보리로 북한의 핵실험 도발을 갖고 가겠다고 하면서 ‘강력응징’을 주장하지만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군사적 조치가 없는 유엔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언론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가 별안간 핵실험을 하였다면서 그의 ‘예측불가능성’을 언급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필자도 새해 초 민간대북방송국인 국민통일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대남압박이 강해질 것이고, 핵실험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한바 있다.

김정은의 2016년 신년사에 핵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10월의 경축광장에 펼쳐진 격동적인 화폭들은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쏴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으로 누리를 진감하였으며…”라는 문구는 “하늘이 무너져도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북한정권의 핵보유 당위성 강조와는 대조되어 당연히 주의를 끌 수 있는 언급이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특별히 주목할 거리가 없는 신년사와 북한의 도발과 일종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핵실험 이틀 전 필자에게 이야기하였다.

12월이나 1월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적기라는 사실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왜냐하면 유엔제재가 논의되고 형식적으로라도 시행되기 시작하면 북한은 ‘핵전쟁 불사!’를 외치면서 전 주민을 전쟁준비상황으로 몰아넣겠지만, 대략 농사철 시작 전에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유엔제재는 흐지부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항상 연쇄적 사건들의 하나라는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전문가 반응 중에는 ‘핵실험이 북한정권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대내용이라거나,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비군사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핵보유의 목적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하기 위하여 핵을 보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면 그 목표는 너무나 분명하다: 한반도를 ‘Red Korea’로 만들거나 아니면 한국안보의 등뼈를 부러뜨리면서 한국을 겁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과거 햇볕정책 시절 시작된 북한 핵보유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 핵실험의 진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국민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하여 극히 둔감해져 앞으로 벌어질 안보절벽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핵실험을 하면서 한국이라는 개구리를 성공적으로 삶아 온 것이다.
 
II. 북한 핵실험 방치의 원인과 대책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일까? 그 이유는 햇볕정책의 결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하여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이 극히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 정권에게 당하기만 하였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노선’이라고 단정해온 야당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북한에 각종 지원을 하지 않으면 혹은 북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대북강경노선으로 비난받아 왔다. 그러니 각종 선거가 끊이지 않는 한국에서 어떤 후보가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주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대북정책은 아름다운 말, 그러나 비현실적인 언어의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문제는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론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가지 잘못된 전제를 갖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만들어 왔다:

(1) 한국의 선의에 북한이 선의로 반응할 것이다.
(2) 대북정책의 지렛대는 대북 경제지원, 즉 돈이다.
(3)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위해서 북한의 취약점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전제는 모두 잘못되었다. 한국의 선의를 북한이 장기간 무시하거나 도발로 대응해온 예들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열거할 필요도 없다. 또한 북한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한국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쉽게 말해 졸부(猝富)의 사고방식이다. 북한이 지난 20여 년간 매년 2~4억불 정도씩 외화를 축척하여 왔다는 연구도 있다. 만약 한국의 경제적 지원이 정권유지에 필수적이라면 어떻게 이명박 정부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8년간 북한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겠는가? 북한은 한국의 경제협력 중단을 광물자원 판매와 인력수출을 통해 그리고 평양중심의 개발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한국의 돈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추측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정권이 한국의 경제지원을 원한다는 사실과 북한정권의 유지가 한국의 경제지원에 달려있다는 추측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북한의 취약점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라는 점은 지난해 8월 지뢰도발 사건시에 대북확성기방송으로도 확인되었다. 나아가 대북확성기방송이 중단된 지금 북한이 마음 놓고 핵실험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북한정권의 명운을 한국이 잡고 있을 때에만 북한은 진정성을 갖고 한국을 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차라리 북한은 5년 단임의 한국의 대통령제도가 갖는 구조적 약점을, 나아가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왔다. 북한은 한국의 선린관계 제안에 비행동(non-action)으로 무시해오다가 한국의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자신의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을 바꾸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하여 도발을 하면서도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아 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부분의 상황,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대못을 박았다’는 10・4 선언이 바로 그 대표적 예이다. 만약 한국이 대북지원에 전제조건을 달면 북한은 아예 묵살하거나 비행동을 계속하면서 도발을 강화하여 왔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 정권의 도발이 그 예이다.

현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역시 자승자박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5년 단임제 하에서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하여 여러 번 강조하여 왔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효과가 있다면 한국 내에서 대북강경노선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의 주도권을 결코 잡을 수 없다.

결국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에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국의 이해와 한국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것과 함께, 북한의 취약점을 넓고 깊게 파고들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즉 ‘게임체인저’를 한국이 확보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에 들여보내는 외부정보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단순히 휴전선 근처에서만 들을 수 있는 확성기방송 뿐 아니라 TV와 라디오 혹은 무선인터넷을 북한에 가능한 광범위하게 전파시키는 것이다. 또한 가장 수신확률이 높지만 질적으로 약화된 KBS의 한민족방송의 내용을 전면 개편하여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주민의 생생한, 그러나 억눌린 의견을 북한에 대신하여 역유입시키는 남북정보 환류체계를 설계하여 실시해야 한다. 

혹자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킬 체인(Kill Chain),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사드·THAAD)와 같은 방어망 구축과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을 언급한다. 물론 의미 있는 제안들이며, 물리적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북정보유입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한 무기체계들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책이지 한국의 주도하에 평화적으로 북한정권의 명줄을 잡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정권은 한국의 대북정보유입을 ‘전쟁선포’ 혹은 ‘공화국 공격’이라고 단정하면서 전쟁위협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한국의 대규모 정보유입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도발을 하여 유엔제재가 논의되고, 국제적으로 대북강경대응책이 논의되는 기간이다. 북한을 전략자산으로 판단하여 북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왔던 중국도 이 기간 중에만은 명목적으로라도 대북강경책을 언급하게 되어 있다. 이런 시기에 전 세계 어느 곳에나 항상 있어왔던 해외방송을 이유로 대규모 대남도발을 할 경우 북한정권은 체제붕괴를 걱정해야할 만큼 강한 압력과 응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바로 이 기간에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평화적’ 응징수단을 확보하여 기정사실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개성공단도 폐쇄를 적극 검토해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하여 ‘강경응징’을 언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개발에 쓰일 수 있는 외화와 함께 1,100명 이상의 자발적 인질을 북한지역에 보낸다는 것은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대북제재의 진정성을 의심받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박근혜 정부가 병신년 새해에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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