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첫 최고인민회의 기대감 떨어지는 이유…

북한은 오늘(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개최한다. 최고인민회의는 당의 지시만 집행하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평가지만, 이번 1차 회의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국회격으로 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자 입법기관이다. 북한 헌법 87조는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을 수정·보충하고 법을 제정하는 최고의 주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1948년 8월 북한인민 총선거에 의해 창설된 최고인민회의는 1년에 1~2회 개최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성되는데 1998년 9월 제10기 회의 이후로는 한차례의 정기회의만이 개최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등 법령 수정·보충 ▲국가의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 ▲내각 총리·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및 위원 등 선거 및 소환 ▲국가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 심의 및 승인 ▲내각 및 중앙기관 사업정형 대책 수립 ▲조약 비준 및 폐기 결정 등의 역할을 한다.

우리 국회가 ▲국가예산 심의 확정 ▲법률안 제출·심의·통과 ▲조약 체결·비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해임 건의 등의 기능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북한 헌법에 규정된 최고인민회의의 역할은 명목상의 역할일 뿐 조선노동당이 국가정책의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북한 사회 특성상 김정은의 지시와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상징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조차 당의 지명에 의해 결정된다.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도 절반 가까운 대의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사실상 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

이와 관련 한 고위탈북자는 데일리NK에 “최고인민회의는 법을 제정하는 등 남한의 국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같은 구조를 갖는 최고권력 기관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면서 “남한의 국회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북한 대의원들은 당의 지시만 집행하고 관철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이 경제적 고립과 경제난·식량난 등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 경우는 없다. 때문에 주민들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된 정책에 기대조차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지난 2011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 회의에서 북한의 경제정책 핵심 목표를 경공업발전과 농업생산 증가를 통한 주민생활 향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목표만 설정할 뿐 새로운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를 보였다.

또 지난해 4월 제12기 7차 회의에서 박봉주를 내각 총리로 재기용하며 ‘핵개발·경제발전 병진노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하고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가구의 55%가 여전히 식량 부족 상태라고 밝히는 등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에 대해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남한의 국회에서 정책이나 법이 통과되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법이 제정돼도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인민회의는 대외적인 선전용 조치를 발표해왔다”면서 “지금까지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개발을 통한 주민생활 향상 등을 목표로 설정해왔지만 목표를 달성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최고인민회의에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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