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첫 집단탈북…”혜산서 20명 渡江”

최근 북한 주민 20명이 압록강 국경을 넘어 집단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이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집단탈북으로 평가되며, 향후 북한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국경 단속을 강화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지난 7일 양강도 혜산에서 북한 주민 20명이 집단으로 도강(渡江)했다”면서 “이날 밤 함께 도강한 사람들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현재 국가안전보위부가 이들을 추적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이들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와 탈북 동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어린이와 노인이 포함돼 있으며, 7세대가 함께 모여 동시에 강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텅빈 집을 보고 수상히 여긴 이웃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혜산 보위부는 이를 ‘단순 행방불명’으로 단정 짓고 있다가, 사건 발생 4일 만에야 ‘집단 탈북’임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양강도 국가안전보위부를 앞세워 탈북한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추적하는 한편, 국경경비대 군인 등 도강을 도운 협조자들을 추적중이다.
   
현재 보위부는 사건 발생지인 혜산뿐 아니라 함경북도와 양강도 전역의 국경도시를 대상으로 탈북 가능성이 의심되는 ‘행방불명자’ 파악에 나섰다. 이들 국경 도시에서는 보위부원들이 인민반장을 대동하고 거처가 의심스러운 주민들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다. 장사길에 나섰거나 출장을 떠난 사람들이라 해도 여행목적, 현재 체류지, 귀향 날짜 등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으며,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으면 보위부로 끌고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집단 탈북은 향후 북한 내부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봤다. 


우선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집단 탈북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인, 가족단위로 탈북한 북한 주민들이 중국 현지에서 모여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경우는 많았으나, 북한 국경 도시에서부터 20명이라는 인원이 한꺼번에 강을 건넌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들의 탈북에 대해 혜산 현지 주민들은 “이게 다 먹고 살기 어려워진 탓”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각종 정치선전행사가 줄을 이었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고는 심화됐다.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약속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구호를 은근슬쩍 뒤로 감추며 ‘자애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왔지만, 기대를 모았던 경제문제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못하면서 개선 조짐이 없자 민심 악화되기 시작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6월말 “우리식 새로운 사회주의 경제관리 체계를 내놓겠다”(6·28 방침)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새로운 경제조치가 나올 것이란 소문이 돌자 쌀 중·소매 업자들의 시장 활동이 위축돼 9월초 시장 쌀 거래가격은 7,000원(kg), 위안화 환율은 1,200원(위안)까지 상승했다. 가히 초인플레이션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9개월 만에 시장의 주요물가가 2,3배까지 상승한 셈이다. 이러한 초인플레이션은 고스란히 인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권 초반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여름 수해 및 물가폭등을 겪으면서 실망과 불안감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최근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이었다.


이번 집단 탈북 사태와 관련 북한 최고 공안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에 대한 ‘책임론’이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 관심거리다. 우리의 국가정보원 격에 해당하는 보위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직후 기존 인민보안부(경찰조직)가 담당하던 북·중 국경 경비 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보위부는 북중 국경 경비 업무를 맡을 정도로 김정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왔다. 중국에서 휴대전화 전파 추적기까지 도입하고, 중국 체류 탈북자를 체포할 요량으로 ‘특수조’까지 파견할 정도로 물질적, 재정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집단 탈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후계자 시절 김정은은 “어지러운 국경 질서 때문에 장군님(김정일)께서 병환이 생기셨다”고 투덜거릴 정도로 탈북, 밀수,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 등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에 대한 현장 사살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는 관할 보위부, 김원홍 보위부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김원홍을 질책하고 향후 국경경비를 보다 강화해 집단 탈북하는 일이 없도록 지시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1차 관할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혜산시 보위부는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나도록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일단 집권 초반 내부 기강확립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보위부 수뇌부에 대한 문책이 중앙 권력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군부(軍部)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던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을 숙청한지 이제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김정은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