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찬양할 때 어떻게 박수를 치는지 압니까. 양손을 엄지와 새끼 손가락만 펴서 소리없는 박수를 쳐요. 탄압이 심할수록 예배에 대한 열망은 더 뜨거워집니다.”
2005년 중국에서 기독교 교리를 받아들이고 신앙생활을 하다 강제 북송됐던 탈북민 김 모 집사의 말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하거나 북한 소식통을 통해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다수의 관계자들은 김정은 정권 들어 종교 탄압이 심해졌지만 북한 주민들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더 빨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간 ‘2018 연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2018 Annual Report on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1,341명의 북한 주민이 종교 서적을 소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포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처형되는 등 처벌을 받았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천도교 약 1만 5천, 개신교 1만 2천, 불교 1만, 가톨릭 800명 등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당국에 의한 종교 탄압은 김정은 정권 이후 주민들의 외부와의 소통에 대한 감시 강화와 함께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 당국이 중국을 오가는 밀수꾼, 불법 도강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중국에서 기독교 교리를 접하고 북한으로 돌아와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무부의 연례 보고서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해외 선교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 집사는 “강제북송 당시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당시 여자 교화반은 초병 2명이 100명을 감시하는 구조였는데 감시가 느슨한 곳을 찾아서 종이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적고 각자 외우고 있는 말씀을 나누면서 예배를 드렸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의 종교 탄압으로 성경책도 소지할 수 없고 비밀리에 위험을 감수하고 종교 활동을 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운 상황일수록 많은 북한 주민이 더 쉽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김 집사의 설명이다.
현재 북한에서 기독교 신앙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분단 이전부터 신앙을 가지고 있던 부모 세대에 의해 비밀리에 후대까지 신앙이 전해져내려 오거나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 의해 교리가 전파되고 있는 것. 다만 전자는 대부분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이미 처형당한 사람들이 많아 그 숫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집사는 “2000년대 초반 함경북도 새별군 하면구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커튼을 치고 비밀리에 예배를 드리던 9명이 보위부의 기습 검열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며 “간첩질을 했다는 죄목이 씌여졌지만 사실은 그 집 할머니가 매주 두만강을 건너 중국 교회에 가서 성경 공부를 하고 북한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입모양으로만 찬양을 하고 조용히 말씀을 전하며 선교 활동을 했다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고 증언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오가는 밀수꾼이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기독교 교리를 접하고 북한으로 돌아가 선교 활동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독교 신앙을 접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북한 시장에서 암암리에 성경책이 거래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복받는 책’을 찾으면 성경책을 내어주기도 한다는게 김 집사의 전언이다.
김 집사는 또 “시장에서 ‘아버지, 오늘은 일 잘 되게 해주소. 아메(아멘)’라고 기도하고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며 “탄압 속에서도 신앙은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 지하교회가 현재도 존재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북한 내부 종교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한국에 알려진 북한의 지하교회는 물리적인 장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북한 선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주경배 선교사는 “현재는 물리적인 장소로서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다기 보다는 인적이 드문 산이나 개인집 등이 비밀스러운 교회가 되곤 한다”면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체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최근에도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인 다수의 사람들이 북한 내부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 평양은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인이 많은 도시였고 김일성 역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고 세례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45년 분단 이후 북한은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하고 반종교 정책을 폈다. 김정일 정권 이후에는 기독교인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고 공개 처형하는 등 인권 탄압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집권 8년차. 현재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 탄압의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