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사회불안 심화…미신행위’굿’성행”


만성적인 경제난과 군사훈련 동원으로 생활고가 가중되자 주민들이 주술적인 힘에 의지하는 미신행위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부터 북한 주민들은 생계나 건강, 사회 통제 등에서 비롯된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미신 행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이러한 풍조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 상황이 열악해 결핵이나 간염도 치료약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러한 질병을 불치병으로 여기고 ‘굿’으로 해결하려는 현장도 포착됐다.


데일리NK가 지난 3월 입수한 양강도 혜산에서 촬영한 동영상에 따르면, 중년의 A 남성이 군복무 중에 결핵으로 감정제대(의가사제대)한 아들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점쟁이(중년 여성)를 찾아, 치료 방법 등을 묻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점쟁이는 일정한 대가를 요구한 다음에 우선 수수떡과 쌀뜨물을 먹인 다음 굿을 해야 한다는 처방을 한다.


다음은 영상속의 남성 A와 점쟁이의 주요 대화 내용이다.


남성 A: (아들이 결핵 걸려) 애를 먹인다. 직장생활을 해야 되는데~
점쟁이: 액(액운·厄運)을 달고 있다. 재수를 털어버려야 된다(액운을 털어내야 한다).
남성 A: 재수를 어떻게 터는가?
점쟁이: 재수를 풀어야 한다.
남성 A: 방법을 알려 달라? 수수떡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점쟁이: 그럼 그렇게 해보라
남성 A: 다른 방토(굿) 어떻게 해야 되요, 인사(사례)를 하겠으니까, 강냉이 20kg로 주겠다.
점쟁이: 수수떡 해먹여보고…오늘은 늦었어. 내일 쌀뜨물 한컵 먹이고 소금물로 목욕을 시켜라. (그리고) 이부자리에다가 소금을 깔아주라, 상문(喪門·죽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넋)을 맞으면 이렇게 된다. 상문 풀이를 해야 한다.
점쟁이: (그리고) 밥, 두부 한모, 꽁치 하나, 계란 세알, 소금1kg, (굿을) 본인 집에서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돈이 있어야 한다. 3만 9900원(북한돈)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굿을 하는 행위 등을 ‘방토’라고 말한다. 주민들은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부적(符籍)을 소지하거나 점(占),손금,관상 등을 보는 미신행위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경제난에 따른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굿을 통해 치유(治癒)를 비는 미신행위도 늘어났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북한 주민 대부분이 상행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자신의 재산운을 점쳐보는 미신 행위가 많아졌다.


장사를 하는 중년 여성들은 자신의 거주지나 인근 지역 점쟁이들을 찾아가 ‘이번에 하는 장사가 이윤을 많이 볼 수 있는지’ ‘불법 장사를 할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식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늘면서 ‘탈북할 경우 체포돼 강제 북송 되는지’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주민들은 미신 행위가 비(非)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삶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고 살기 힘들어 미신 행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내부 촬영자는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배급 및 의료체계, 행정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미신에 의존하는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식량난은 끝이 없고 정부 통제는 오히려 강화되면서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이나 애국심은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주민들은 언제 있을지 모를 통제와 단속 등에 대한 불안해 하면서 미신행위로 위로를 삼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영상 촬영자는 “주민들은 실제 점쟁이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지만 점쟁이 말을 듣거나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앞으로 잘 풀릴 것 같은 위안을 갖게 된다”면서 “실제로 용케 잘 맞추거나 액운을 떼어 주는 경우가 있어, 주민들의 미신 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정은이 통치하면서 눈만 뜨면 온갖 구실로 잡아가고 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하니까, 굿을 해서 괜찮아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점쟁이를 찾아가는 이가 많다”면서 “쌀값이 올라도 미신(점쟁이)을 보는 사람이 많다. 통제를 심하게 하지만 (미신 행위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점쟁이가 부모 묫자리를 잘못 써서 병이 들었다고 하면 묘를 옮기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괜찮아진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이 많아 용한 점쟁이들을 찾아 타 지역을 가거나 점쟁이들이 원정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촬영자에 의하면, 미신 행위를 믿고 이를 따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전문적인 점쟁이들이 북한 전역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보통 점쟁이들은 일정한 거점에서 점을 봐주는 경우가 많고 거점을 옮기면서 점을 봐주면서 돈을 버는 원정 점쟁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점을 보는 사람은 조선돈으로 5만 원에서 1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굿을 할 경우에 더 추가된다. 


촬영자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들은 대체로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거(신내림)나 신학과 같은 책들을 독학해 사람들의 명(命)풀이를 해주는 점쟁이들이 있다”면서 “생업을 목적으로 전문적인 점쟁이도 있지만 엉터리 점쟁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미신을 믿고 점을 보는 경우가 많아, 점을 본 주민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점쟁이들이 ‘미신행위조장죄’라는 죄목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직화된 점쟁이들은 단속 보안원들에게 일정한 뇌물을 바치거나 점을 봐주고 단속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당(黨) 및 행정기관 간부 부인들도 점쟁이를 찾는 경우도 많다. 유명한 점쟁이는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미신 행위와 조장은 불법에 해당한다. 북한 형법 267조(미신행위죄)에는 ‘돈 또는 물건을 받고 미신행위를 여러 번 한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형법 제268조(미신행위조장죄)에는 ‘이기적 목적 그 밖의 동기에서 미신행위를 조장시킨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앞항의 행위를 여러 명에게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상(情狀)이 무거운 경우 3~7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도 돼 있다. 


점을 본 주민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지만 해당 조선민주여성동맹에서 미신행위에 대해 사회주의 미풍에 어긋난다며 혁명적 사상단련을 강조하고 엄격한 정신 교육을 실시한다. 사상무장 투쟁회와 비판무대를 통해 자기비판과 집단비판이 진행되며 미신 행위를 한 여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자가 따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