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은 누구인가?

한국에 망명한 탈북자 중 최고의 엘리트인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국내외의 북한 급변사태론을 “궤변 중에서도 최고의 궤변”이라고 비판하면서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에는 김정일을 대신할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일이 절대독재자이기는 했지만 그가 생시에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100명이 넘는 파워 엘리트들의 보좌에 의지해 통치했고, 이들 파워 엘리트들은 김정일 없이도 북한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장엽 전 비서의 이 같은 지적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북한 체제와 거의 동일시해온 우리 사회의 협애(狹隘)한 대북 시각을 예리하게 비판한 것으로 북한의 절대권력자가 과연 어떠한 파워 엘리트들에 의존해 통치하고 있는지 보다 넓은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일 사후의 북한 체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북한의 3대 세습 ‘수령’이 된 김정은의 리더십과 활동만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김정은 주위에 어떠한 파워 엘리트들이 그를 보좌하고 있는지도 분석해야 북한이 어떠한 정치세력에 의해 통치되고 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보다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누가 북한의 핵심 파워 엘리트인가를 판단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특정 파워 엘리트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는 ①엘리트가 속한 조직의 위상과 역할 및 그의 지위 ②최고지도자와의 개인적 관계(형제․친인척 등) ③핵심 요직의 겸직 정도 ④각종 행사에서의 주석단 서열 ⑤최고지도자의 공개활동 시 수행 횟수 등을 들 수 있다.


특정 엘리트의 최고지도자 공개활동 수행 횟수는 그의 영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여러 고려 사항 중 하나이지만, 어느 엘리트가 최고지도자의 측근인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유용한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다른 고려사항들도 참고하면서 파워 엘리트들의 올해 김정은 공개활동 수행횟수에 대한 분석을 통해 누가 현재 김정은의 핵심 측근인지 분석하도록 하겠다.


올해 1월과 2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분석하면, 김정은의 총 25회 공개활동에 가장 빈번하게 수행한 인물은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14회)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리영호 군 총참모장(12회) → 김명국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박재경 군 총정치국 선전 담당 부국장(각기 10회) → 박도춘 당중앙위원회 군수 담당 비서(9회) → 김영춘 인민무력부장(8회) → 김기남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 담당 비서, 최태복 당중앙위원회 국제·교육 담당 비서,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리두성 중장(각기 7회)의 순이었다.


2011년 12월 28일 김정은과 함께 김정일의 시신을 호위함으로써 언론을 주목을 받았던 7인(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이 모두 올해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7회 이상 동행한 것이다. 이들 7인 중 장성택은 김정일 사망 직후 대장의 계급을 수여받았고, 김정각은 올해 2월 15일 차수로 승진했다. 김정일이 2009년 1월 삼남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결정한 후 장성택과 김정각에게서는 직접 김정은에 대한 충성서약을 받을 정도로 이들은 초기 김정은의 후계체계 구축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이다. 


김정일 사망 직후 해외의 대다수 전문가들, 그리고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이 ‘섭정’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시 올해 장성택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사실을 가지고 그것을 장성택의 섭정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성택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의 지위는 ‘후보위원’으로서 매우 낮고,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도 리영호 부위원장보다 낮은 ‘위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성택의 공개활동 수행횟수만을 가지고 그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장성택이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가장 빈번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은 그가 김정은의 고모부로서 김정은에게 가장 편안한 국정 의논 상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시신을 호위한 7인 이외에 올해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7회 이상 수행한 인물들은 김명국, 박재경, 박도춘, 김원홍, 리두성으로 모두 군 또는 군수 관련자들이다.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빈번하게 수행한 것은 총참모부 작전국이 최고사령관의 사업을 직접 보좌하는 군사작전 및 행정부서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박재경 군 총정치국 선전 담당 부국장의 수행횟수가 높은 것은 그가 김정은의 군대에 대한 현지지도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박도춘 당중앙위원회 군수 담당 비서가 자주 수행하는 것은 김정은이 군수산업 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이 특히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에 빈번하게 동행한 것은 그가 김정은의 군부 엘리트 장악을 위해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김정은 공개활동 수행 인물 중 특히 눈에 띄는 새로운 인물은 리두성 중장으로 그는 군부 파워 엘리트 중 ‘중장'(한국의 소장에 해당)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7회나 수행했다.


리두성은 2004년 4월 소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대장 계급을 수여받은 2010년 9월 오일정 당중앙위원회 민방위부장, 황병서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군사 담당 부부장과 함께 중장으로 승진하여 김정은의 군부 핵심 측근 인사임을 시사한 바 있다. 리두성의 현재 직책은 ‘김정은서기실'(김정일 사후 ‘김정일서기실’이 ‘김정은서기실’로 바뀜) 소속 김정은의 작전 담당 군사보좌관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향후 핵심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1월과 2월 중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6회 이하 수행한 기타 인물들을 수행횟수별로 정리하면 최영림 총리, 강석주 북핵·대미 담당 부총리(각기 6회) →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양건 당중앙위원회 대남 비서, 태종수 당중앙위원회 총무 담당 비서, 김평해 당중앙위원회 간부 담당 비서,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근로단체 담당 비서(각기 5회) →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희 당중앙위원회 경공업부장, 주규창 당중앙위원회 기계공업부장, 김영일 당중앙위원회 외교 담당 비서, 문경덕 당중앙위원회 평양시 담당 비서, 김창섭 국가안전보위부 정치국장(각기 4회)의 순이었다(1회~3회 수행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표를 참조). 북한의 경제, 대미·대중 외교와 친선외교, 대남 정책, 당중앙위원회 비서국의 주요 사업과 근로단체를 관장하는 인물들도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자주 동행한 것이다.


이처럼 파워 엘리트들의 김정은 공개활동 수행 현황을 분석해보면, 김정은이 비록 북한의 경제와 북핵, 대미, 대중 외교와 대남정책 등 국정 전반을 관장하고 있지만, 특히 군대와 국방력의 강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제안보를 위해 부분적으로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김정은의 이 같은 군중시 정치는 김정일의 선군정치처럼 북한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군사강경노선으로 연결되어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하순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부대를 방문해 “일촉즉발의 첨예한 정세가 조성된 조건에 맞게 최대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적들이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조국의 바다에 0.001㎜라도 침범한다면 원쑤의 머리우에 강력한 보복타격을 안기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한국에 대해 매우 호전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한국 정부는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만약 다시 도발할 경우 이번에는 한국군의 강력한 대응에 의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북미 관계와 대외 관계 개선 그리고 경제회복도 더욱 어렵게 될 것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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