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대북정책을 다시 생각한다

IV. 북한 경제의 근간: 외화 수급

과거 김정일은 한국에서 보내준 막대한 달러를 포함하여(김대중 정권 이후 70억불) 합법・비합법적으로 획득한 외화로 일단 수십억 달라의 비자금을 유지하고, 자신과 김家네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북한의 핵심지배층에게 하사할 각종 선물을 마련하는 데에 사용하였다. 김정일은 평양만 있으면 통치가 가능하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김정일 시대에는 기쁨조 야간연회와 하사품으로 최측근의 체제충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수령체제의 항해는 가능하였다. 최측근들은 당・군・정을 막론하고 각자 이권사업을 통해 수령체제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립쇼와 한국가요가 난무하는 기쁨조 연회와 북한사회질서의 모순은 선택된 자들만이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권의 징표일 뿐이다.

다른 한편 김정은은 자신의 지지계층을 소수의 핵심 지배집단에서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 정권 충성층으로 확대하고 있다. 남성위주 소수 특권층의 야간 연회가 아니라, 남녀 불문하고 ‘좋은 곳에서 잘 살고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욕망충족 사업’이 평양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다. 고급아파트, 피자와 카페라떼, 놀이공원, 한류스타의 패션모방, 출세를 위한 사교육 열풍, 혼전 남녀의 사랑을 위한 시간제 방대여 등등. 이런 욕망충족 사업의 공급과 수요에는 당연히  외화가 필요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북한의 경제활동 전체 속에서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즉 합법적・비합법적 수출과 외부로부터의 송금과 원조물자, 각종 수입물품의 유통과 판매, 북한 부유층의 욕망충족활동과 낙수효과로 떨어지는 각종 경제활동, 그리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생산・가공・유통하는 각종 물품 들이 북한의 시장경제의 내용이겠지만, 그 원천은 북한이 벌어들이는 외화와 1차산업 생산물 그리고 원조물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80%가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외부로부터 벌어들이는 외화의 의미는 북한의 장마당 시장경제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형수는 “북한의 외화수급 추정과 분석”(『통일정책연구』, 제22권 2호, 2013)에서 막대한 상품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적지 않은 외화를 축적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한다:

북한은 1991년에서 2012년까지 22년간 (남한을 제외한) 국제사회와의 상품수지에서 179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보이고 있었다. 북한의 외화수급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179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수지 적자 중 51억 달러는 (남한을 제외한) 국제사회의 무상지원과 ‘비핵화지원’ 등 경상이전수지 흑자로 조달하였다.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의 자본수지 흑자는 같은 기간 48억 달러였다. 남한과의 거래성교역수지 흑자는 40억 달러였으며, 이어서 금강산·개성관광, 중국인 관광을 포함한 북한의 관광수입, 해외에서의 대북송금, 운송료 등으로 구성되는 서비스수지 흑자로 22년간 3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해외식당 운영, 해외파견 근로자 임금 등으로부터 나오는 북한의 소득수지 흑자는 13억 달러였다. 무기거래수지와 불법거래수입은 각각 6억 달러 미만에 불과해 북한의 외화수급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항목이었다. 무기수지와 불법거래수입을 제외해도 북한의 외화수급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간 14억 달러 이상 흑자였다. 여기에다 북한의 무기거래수지와 불법수입을 더하면 북한은 22년간 28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수급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위 논문 183쪽)

여기에 추가하여 장형수는 북한-중국의 밀무역에서 상당한 적자가 추정되지만, 북한은 해외에서 비밀리에 금괴를 판매하여 상당한 외화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은 상당한 외화를 내외에 축적하였고, 이렇게 축적된 외화가 “북한의 시장 등 비공식 부분에서 유통되는 외화의 주요 공급원”이고, “최근 평양 거리의 변화는 (…) 외부에서 급격한 외화유동성이 유입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미사일과 핵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장형수는 현재 평양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선전화의 보급은 북한정권이 주민들의 외화를 걷어들이려는 의도가 있고 동시에 북한주민 역시 적지 않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우선 독점 판매되는 휴대전화를 외화로 구입하여야하며 서비스 가입비도 외화로 납부하여야한다. 가입비는 140달러이고 휴대전화 가격은 초기부터 하락하여 2012년에 평균 300달러에 팔리고 있었는데, 원가는 80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2009~2012년까지 200만 명의 휴대폰 가입자로부터 가입비 2.8억 달러와 휴대폰 판매 차익으로 4.4억 달러 등 총 7.2억 달러의 외화가 4년간 북한 주민들로부터 북한 당국으로 옮겨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많은 액수의 외화가 북한 주민이 한때 보유하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인)의 외화수급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위 논문 187쪽)

결론적으로 북한은 KOTRA 자료에 의하면 매년 2.3억 달라 정도, KDI 자료에 의하면 4.4억 달라 흑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흑자에 김대중 정권 이후 김대중-김정일 회담 성사를 위한 불법송금,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등 북한에 건네준 70억 달라 상당의 외화가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가 5.24 대북경제제제 조치를 한 이후에도 북한은 광산물과 인력 수출을 대폭 증가시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즉 북한은 현재 평양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Top-Down식 욕망충족 사업과 장마당 활동에 필요한 외화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은 유지 기반을 갖고 있다.

V. 뇌물시장경제의 확대가능성

그러나 북한의 뇌물시장경제의 확대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제약조건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1) 경제적인 측면과 (2) 구조적인 측면 그리고 (3) 정치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시장경제의 확대가능성은 가용외화의 양에 달려 있다. 수령과 핵심층 및 중하위 지배집단 그리고 북한 주민 모두가 외화벌이에 나서고 또 외화를 사용하고 있겠지만, 김정은 정권은 외화 보유와 사용의 통제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8000만 유로 정도를 모았던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숙청, 무선전화 사업을 통해 주민이 소유한 외화를 계속 흡수하려는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보면 이점을 알 수 있다. 결국 북한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의 밀무역을 제외한다면, 대규모 외화벌이나 큰 이권사업은 김家의 통제하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보인다.

다음으로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뇌물시장경제에서 대규모 사업은 북한의 내수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에만 시도되며, 장기간에 걸친 공적이익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제외하고 있다. 실제로 거의 20개 정도 시도되고 있는, 그러나 대부분 진척이 되지 않는 북한의 경제특구의 문제점은 전력이나 도로 등의 인프라 시설이 없고, 그 마련을 외국의 투자자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중국의 물건을 사들여 북한의 제한된 내수시장에 팔아서 단기 이익을 얻는 보따리 시장경제로는 그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선 김정일 시대를 잠깐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내내 낙후된 인프라와 경제를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회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계속 갖고 있었다. 김정일이 경제회복을 우선적으로 원했다면 한국은 북한에 공장 뿐아니라 에너지, 철도, 도로, 의료나 교육 등 사회인프라 부분을 개선해 주었을 것이다. 심지어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핵동결만으로도 얼마든지 대규모 원조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한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나 핵포기를 통한 북한주민의 생활 향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북한 주민의 생활개선은 수령전체주의 유지에 부차적이며 어쩌면 그 기반을 침식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주민의 생활개선이 체제유지에 부차적인 이유는, 앞에서 위험국가지수의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가난과 경제적 쇄락이 지속되어도 정치범 수용소와 연좌제, 가혹한 형벌과 철저한 세뇌교육 등 전체주의의 통제수단으로 체제붕괴위협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봐주어야 할 세력은 평양을 중심으로하는 체제충성적인 핵심층과 그 중에서도 그의 최측근들이다. 이들은 김정일의 수족이기 때문이다.

설사 김정일 시대에 북한주민 전체의 생활수준을 대폭 개선하고자 해도 이미 망가진 사회주의 통제경제로는 불가능하였다. 결국 시장경제의 활성화 이외에 방법이 없지만, 김정일은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개방으로 나아가던 아니던 수령체제의 토대를 잠식할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김정일은 개성공단을 통해서 시장경제를 배우고 자생적인 북한기업을 만들기 보다는 오로지 외화임금 가로채기로 만족하였고, 북한주민과의 교류가 철저히 차단된 금강산 관광의 허용, 그리고 주기적으로 쌀과 비료 원조와 불법송금을 강요하는 데에 그쳤다. 김정일은 쉽게 말해 ‘가늘고 길게’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에 와서는 상황이 상당히 변했다. 『NORTH KOREA CONFIDENTIAL』의 저자 다니엘 튜더와 제임스 퍼슨이 자세히 묘사하듯, 북한사회의가 풍속도는 매우 크게 변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이 북한의 유일한 생존수단이 되면서 한국의 드라마, TV, 영화가 DVD와 USB, 마이크로SD를 통해 북한에 지속적이고 대량으로 들어갔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북한주민이 재미없는 공식 오락물을 외면하고 <겨울연가>와 <친구> 등의 한류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배급제가 끊긴 상황에서 북한정권에 대한 충성도 역시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혼자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다, 가족이 함께 보다, 친구와 같이 보는 일이 흔하게 되었으며, 적발될 경우에도 약간의 뇌물로 해결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오락성이 강한 자본주의 문화’와 경쟁하기 위해 북한의 예능 프로그램 경향 자체도 일정 부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북한 조선중앙TV에 영국은 물론 미국 영화가 방영되었고, 2013년 신년음악회에서 현란한 율동과 음악을 선보인 모란봉 악단은 북한의 국가마저도 카바레 댄스음악으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다. 이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대형 미키마우스가 무대에 등장하면서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장면이 보이고, 미사일이 미국에서 폭발하는 애니매이션이었다. 이념적・군사적으로 철천지 원쑤인 미제국주의를 쳐부숴야 하면서도 동시에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한류외 외국대중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입・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김정일 정권은 줄기차게 2012년이 강성대국의 해임을 선전하였고, 그 실현가능성이 없자 강성대국의 문으로, 그것도 가능성이 없자 강성대국의 문패로 축소하였다. 결국 2012년 연말 대륙간 탄도탄 발사와 2013년 초 핵실험 이외에는 강성대국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른 한편 북한정권으로서는 북한주민의 유일한 생계터인 장마당경제를 외면도 부정도 할 수 없고, 지배계급부터 선호하는 한류의 유입을 막을 수도 없으며, 양자를 통해 점점 가시화되기 시작한 북한 주민의 ‘욕망충족의 분출’을 막을 수도 없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졌다. 김家네 신화 날조와 선전 구호의 수면 아래에서 실제로는 ‘선전피로사회’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이런 경향이 더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체제 충성보다는 생존과 욕망 충족, 이념보다는 출세와 돈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현재 김정은 정권 하에서 연출되고 있는 평양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모습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우선 핵심충성층의 욕망 충족을 실현시키면서, 이들과 이들이 사는 방식을 목격하게 되는 내외의 외부인들로 하여금 북한이 정상사회라는 착각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신은미가 방문한 평양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욕망 충족사업을 통해 뇌물과 이익 나누기, 외화 환류를 통해 북한정권과 지배층이 더욱 부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북한사회가 극심한 양극화 사회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꿩먹고 알먹고 이중적인 의미에서 북한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한 마디로 김정은은 변하지 않기 위해서 변해야 함을 일면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북한사회의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차라리 그 반대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외화의 통제를 통해 평양을 중심으로 정상사회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단계에서, 중간계층의 경우 상층부 진입을 위해 뇌물상납과 충성을 맹세하는 수준에서, 그리고 핍박받는 북한주민이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일단 체제유지 안정선으로 볼 것이다.

VI. 불투명한 김정은 정권의 미래와 대북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그러나 뇌물시장경제와 수령전체주의의 결합은 김정은 정권의 희망처럼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김정은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미친듯한 핵심인사 숙청과 교체’는 그것이 김정은의 작품이든 아니면 조직지도부의 작품이든 아니면 둘의 합작이든 정상이 아니다. 장성들의 별을 떼었다 붙이고,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하고,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을 ‘회의에서 졸았다’고 처형하는 김정은 정권의 행태에는 안정성이 없다. 물론 부패지수 1위, 민주주의지수 아래에서 1위, 국가정당성 지수도 밑에서 1위 등 저질 삼관왕을 차지한 북한이 광기마저 보일 때, 북한의 순조로운 경제발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2015년 7월 초 한국언론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의 망명을 보도하고 있다. 만일 이런 망명이 계속될 경우 김정은 정권의 광기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이때 광기와 망명의 악순환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 한류와 외국문화, 패션 등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공식적인 선전과 오락에 북한의 젊은 세대는 등을 돌릴 것이다. 특히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도 주민들은 점차 혹은 빠른 속도로 ‘욕망충족 사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진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평양보다 더 자유로운 패션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리설주의 패션을 촌스럽게 본다는 것이다. 또 고난의 행군 시절 배급이 가장 먼저 끊긴 함경북도 중국 접경지대는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탈북자의 친지들이 살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외화 보유와 함께 중국 핸드폰으로 외부와의 정보교류가 가능한 곳이 되었다. 또한 남쪽 휴전선 인근은 한국의 TV와 라디오 전파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며, 수신장치만 있다면 한국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정보가 유입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 문화적 변화의 바람이 분다면, 김정은 정권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은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안정을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자체 핵개발 혹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내지는 핵미사일 방어망을 설치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치・군사적 대응이다. 북한전체주의의 성격상 김정은 정권은 서해와 DMZ 혹은 다른 곳에서 도발을 할 수밖에 없고, 사실상 핵보유 집단의 도발을 한국은 더 강하게 응징할 수 밖에 없어 군사적 충돌은 쉽게 확대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여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한반도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강해질 것이다. 이때 김家 정권이 30년 이상 공들여 만든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예상치 못한 도발을 할 경우, 그 결과 역시 예측하기 어렵지만 북한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국이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할 점은 지금까지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한국은 북한이 항상 경제적 지원이 심각하게 필요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대북정책을 만들어 왔다. 좌파 정권은 교류와 화해의 상징조작을 햇볕이라는 미명하에 막대한 돈과 경제적 지원을 주고 사는 방법을, 우파 정권은 핵폐기와 경제적 지원을 교환하자는 제의를 하여 왔다. 2015년 7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경제특구의 인프라 구축과 핵폐기를 교환하자는 제의 역시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예외 없이 모두 실패하였고 앞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의 이유 역시 동일하다. 북한은 경제적 지원만 받아들이고 한국의 기대는 모두 비행동(Non-Action)으로 묵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북한정권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당장 경제지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에 장형수의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상당한 양의 외화를 비축하였고 그것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여유가 항상 있어 왔다. 다만 북한 정권의 잔인한 계산이 북한 주민을 비참한 상태로 몰고 간 것 뿐이다. 따라서 북한은 항상 한국의 제의에 비행동으로 기다릴 수가 있지만, 5년 단임의 한국 정권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런 치킨게임에서 누가 이기겠는가? 이것이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구조적 배경이다.
 
한국은 이제 북한의 비행동 압박방식을 북한에 돌려주어야 한다. 한국은 북한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대규모 정보 유입, 문화 유입을 실행하면서 비행동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압박해야 한다. 더 이상 북한을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동포집단으로 보지 말고, 수령전체주의의 균열지점을 찾아 북한 동포의 참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실현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에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안도 없는 이 시점에서 한국은 정치·군사적 대응책과 함께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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