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개막 알린 7차 黨대회와 우리의 과제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전국대표대회(제7차 당 대회)가 막을 내렸다. 당 대회와 핵 실험을 비롯한 북한 이슈는 국내 정세와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5월 6일부터 시작된 당 대회는 5월 9일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며 4일 간의 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보도의 형태와 식후행사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당 대회는 5월 7일, 8일 양일간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언론에 공개된 당 대회 내용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핵 보유국’으로서 입지를 천명한 것 이외에 전반적으로 36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제7차 당 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서막이라는 관점에서 이후 몇 개의 주제로 구분하여 정리해보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은 36년 만에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집권 이후 분야별 성과를 언급하며 김정은을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노동당에서의 최고의 지위를 확보했음을 공식화하였다. 또한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크게 김정은 영도체제 강화 및 최고지도계층의 세대교체, 노동당 영도 체계 확립과 당-정-군 관계 정비, 핵 보유국 선포 및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선언과 대외관계 재정비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은 김정은의 영도적 지위와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완전한 권력 승계’와 과거 김정일의 유훈에 의한 김일성-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화하였다.

이후 김정은 체제는 이러한 공식화한 것을 기반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중심으로 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선군문화’ 형태로 변화시키거나 ‘애민사상’을 강조함으로써 사상면에서 보다 김정은의 색깔을 명확하게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지난해 10월 10일(당 창건일) 김정은의 연설에서 “주체사상” 대신 “애민사상”과 “인민”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에도 나타나있다. 이러한 사상을 문화로 적용하는 것은 후에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수준에 일정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후계체계나 정치적 명분이 완성적이지 못하고 ‘군사통제력’이 부족하므로 선군정치 대신에 당-정-군의 분리된 행정조직을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서국을 대체하는 ‘김정은의 전위부대’인 정무국의 신설과 그 조직에 포진한 인사들의 면면은 김정은 시대의 서막을 알리기에 충분하였다.

비서국이 없어지면서 고모인 김경희의 공식적인 직함은 사라지게 되었고, 정무국의 인사에 최룡해, 김기남, 최태복,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곽범기, 김영철, 리만건이 이름을 올렸다. 정무국은 기존의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명칭을 변경하면서 그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당 내부의 권력서열과 행정 구조의 변화와  지위 (상승)변화를 통해 당-정-군 중앙고위층에 일정한 비례를 유지함으로써 노동당의 ‘정치정상화’를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일성-김정일의 혁명과업과의 연결을 해치는 당 명칭변경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빗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 명칭변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김정은 본인에게 김일성-김정일로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며, 시간 또한 부족했을 것이다.

셋째,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에 핵의 존재는 무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노동당의 운영에 있어 ‘군사’가 우위에 있듯이,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이미 ‘선군문화’로 북한의 정치를 비롯한 각 영역에 적용되어, 북한 주민들 생활 문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북한에게 있어 ‘핵’의 존재는 대외적으로 국가로서의 면모를 완성하는 무기이며 협상카드인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기억의 정치학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을 비롯한 상징물이 가지는 정치적 감성적 사상을 독려하여 현재의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해 동질감을 부여할 것이며 대의를 부여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교육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통해 김정은은 핵 보유국으로서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역할을 위해 NPT(핵확산금지조약)재가입을 추진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가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위해 핵 확산방지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월 6일 제 4차 핵 실험이전에 비공식채널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타진한 것이나 당 대회 이전까지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무력시위가 가지는 또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 실험과 국제사회의 제재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미협상을 위한 물밑작업과 한반도 내 사드(THAAD)배치 등과 관련해서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집권 5년 차인 김정은은 자신의 지도자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베트남 혹은 중국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5개년 혹은 7개년 경제 계획 내지는 사회주의 10대 목표를 추진한 것의 연장선에서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김정은식 5개년 경제 전략을 내놓았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주민의 상인화’로 일컬어진 만큼 시장 상인(돈주)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높아져 북한 당국이 ‘상인’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세부조치가 등장할 것이다.

돈주의 사회계층으로의 편입은 지난 체제전환국들이 경험한 일련의 사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Red Capitalist(붉은 자본가)로의 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Red Capitalist들이 북한 체제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함께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떠한 방식의 경제활동을 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계층의 변화는 소유제를 포함하는 사유제의 개념과 범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사회문제에 대한 관행적 접근이나 불법적 행위로 인해 부패현상이 만연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지에 대한 것 또한 북한 변화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에 북한은 베트남과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북한의 시장경제’에 법제도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유경제’의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북한 경제의 변화를 위해 국제무역 분야에서 시장원리를 적용하여 성과가 미진했던 특구 정책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외교 분야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재정립과 북미간에 강온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북한의 정책적 변화를 전망하는 데 있어, 지난 1월 6일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공세적인 북한의 움직임은 제7차 당 대회를 위한 준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핵 실험으로 인해 김정은은 사실상 핵 보유국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바꾸는 데 성공하였다. 한중 경제 교류의 영향으로 북중관계의 소홀함과 외교적 위치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었고 한반도 내 사드(THAAD)배치 논의로 미중 간의 긴밀한 외교의 필요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자신들의 스케쥴에 따라 군사 행동과 외교 및 경제 계획을 진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내 정치의 안정화와 국제 정치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핵을 활용할 것이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혹독한 국내와 국제 사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북한 체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는 장마당을 비롯한 북한 사회의 시장 거래(Marketization)를 ‘종합시장’이라는 공식 시장으로 인정함으로써 보다 구체화되고 표준화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비공식 경제 현상에 대한 공식화로서, 시장의 확대가 단순히 북한 사회의 시장 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암시장과 장마당은 북한에 있어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역별 종합시장의 크기와 확대는 ‘시장 경제의 북한화’라는 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체제 내부화된 시장 경제 현상은 경제 협력 사업의 실패사례와 북중 접경지역의 북한 내 중국사업자들이 느낀 일련의 경험들과 함께 더욱 확신을 주고 있다.

북한의 표준시 변경(2015년 8월 15일), 4차 핵 실험(2016년 1월 6일)과 미사일 발사 등의 행동으로 볼 때, ‘세계화’를 내세운 김정은의 정책 방향은 북한을 ‘온전한 하나의 주권국가’로의 면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이어받아 정치사상면으로 새로운 북한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치적 구호로 구체화된 사상을 사회 전 분야로 적용하는 ‘문화’로 흡수하는 모습은 정치사상을 ‘정치문화화’함으로써 새로운 북한,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인 동시에 완전한 주권국가로서 국제사회와 대등한 위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었을 때 본격적인 경제부문에서 개방을 시작할지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을 비롯한 무력 도발은 발생 여부와 성공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북한의 행동의도와 관련된 정보를 면밀히 수집하고 분석하여 국제 사회에 당당하게 등장할 ‘북한’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무엇이 논의되었는지, 5차 핵 실험의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만큼 아버지 김정일도 하지 않은 당 대회를 36년 만에 개최한 이유에 대해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겠다며 국제 사회에 핵 보유국으로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나오는 ‘김정은의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만큼 북한을 이끈다고 가정해 볼 때, 앞으로 30년 동안 북한을 이끌 ‘김정은의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70년이라는 분단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과오는 없었는지, 국제정치 환경이라는 핑계로 통일에 대해 우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통일’이라는 단어가 상상 속에만 존재할지 모르는 상황과 김정은의 새로운 북한을 상대할 우리의 과제에 대해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 대회에 보였던 관심만큼이라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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