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對北방송에 대한 전파교란 늘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남한 민간대북방송들의 방송에 대한 북한의 전파교란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방송사들은 방송에 대한 북한의 재밍(jamming, 전파교란)이 점차 강화돼 북한 주민들의 방송 수신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고출력 중파 대북방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파 라디오는 이론상 낮은 전력으로 한반도 전역에 방송 송출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상·지형 등의 조건에 영향을 받아 수신감도의 기복이 크다. 또한 대북방송사들의 방송 전파는 출력이 낮아 북한 측이 쉽게 전파교란을 할 수 있다.


“최근 대북방송 방해 기계음 2가지 이상…北주민 청취 힘들어”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데일리NK에 “수시로 방송 수신감도를 체크하는데 4,5월부터 북한 측의 방해전파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대북방송에 대한 방해전파는 늘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한 번에 2가지의 이상의 기계음이 섞여 들리고 있어 북한 당국이 방해전파 송출을 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개혁방송이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2시간동안 단파 7590KHz로 송출하고 있는 방송의 샘플에 따르면 6월 초부터 현재까지 일반적인 잡음이 아닌 2가지 이상의 인위적 기계음(재밍 시그널, 전파교란 신호)이 들린다. 또한 인위적 기계음이 4가지 이상인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북한개혁방송의 경우 방해전파가 없을 때는 FM라디오와 같이 선명하게 청취할 수 있지만 최근 방해 전파가 심해져 방송 내용을 전혀 알아듣는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도 “예전부터 북측의 방해전파는 늘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 북측의 방해전파 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영래 열린북한방송 국장도 “예전보다 북한의 방해전파가 강화됐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파악되고 있다”면서 “특히 방송이 송출되는 새벽시간과 늦은 밤시간에 주로 방해전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정일 사후 일정기간 재밍 활동 중단…최근 강화 추세”


한반도 일대의 단파 라디오방송의 수신 상태를 체크, 연구하고 있는 동북아방송연구회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전후 3개월여 간 단파 라디오방송에 대한 재밍이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자 대북방송에 대한 방해전파 활동도 강화됐다는 것이다.


박성문 동북아방송연구회 부이사장은 “최근 대북방송들의 수신 상태를 체크해보면 북측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전파교란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이 대북 라디오에 대한 재밍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군대의 전파교란 송출 시설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영채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재밍 시그널을 복수지역에서 보내면 방송에 여러 가지 잡음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고 교수는 “재밍은 해당 방송과 같은 출력, 같은 대역의 주파수에 인위적인 전기신호만 송출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손쉬운 작업”이라면서 “‘지지지’거리는 일반 잡음과는 달리 규칙적인 음이나 기계음이 들린다면 이는 재밍 시그널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송신소 갖춘 고출력 중파 방송 필요”


대북민간방송들은 자연환경과 기후, 그리고 북한의 재밍에 쉽게 영향을 받는 단파방송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고 호소해왔다. 특히 방송을 송출하는 송신소가 대부분 외국에 있어 그 출력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열린북한방송이 춘천MBC 중파 주파수로 대북방송을 송출하고 있지만, 이 조차 출력이 낮아 북한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방송을 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송신소를 통한 고출력 중파 주파수를 민간단체에 제공하는 것만이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문한다.


박 부이사장은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방송은 KBS 한민족 방송인데, 이는 고출력 중파 방송이기 때문”이라면서 “100~500kw 수준의 출력으로 중파방송을 해야 자연환경이나 재밍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해전파라는 것은 방송과 동일한 출력이나 그 이상의 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고출력 방송을 한다면 더 이상 방해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민간대북방송이 안정적인 방송을 하려면 정부의 도움으로 AM(중파)주파수를 민간대북방송사들에게 할당받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AM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