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최대 목표로 경제 개혁을 내세운 가운데, 금융부문에서는 과거보다 진일보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김민정 부연구위원과 문성민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BOK경제연구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금융제도 변화: 북한 문헌 분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김정은 시대의 은행 및 화폐, 지급결제제도 등 금융제도가 사회주의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보고서는 북한 금융 개혁의 근거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조직 및 기능적 분리를 들었다.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은행 체계 안에서 발권과 통화조절, 예금 및 대부 업무가 함께 이뤄졌지만 현재 중앙은행은 발권업무를 맡고 상업은행은 예금과 대부 업무를 담당하는 등 조직과 기능에서 분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앙은행의 발권이 상업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지급준비율을 이용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 금융제도가 개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기업 예금의 일종인 현금돈자리와 전자결제카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북한 기업은 결제계좌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현금 결제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설된 현금돈자리를 통해 최근에는 현금 인출이 가능해졌고 저축성 예금으로의 전환도 허용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금돈자리 제도를 통해 시장에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법화되었고, 이는 국정가격이 아닌 시장가격과 유사한 합의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라는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과거 북한 주민들은 시장거래에서 현금만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전자결제카드가 도입되면서 현재는 은행망을 통한 결제와 계좌이체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이는 과거 북한 주민들이 은행에 개설한 계좌는 저축성 계좌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결제계좌도 개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며, 무현금화폐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게 본 연구의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시대에 추진돼 온 이 같은 금융제도의 변화는 북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또한 공금융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또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모습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북한 금융부문의 변화는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이를 북한 경제의 전반적인 변화로 보긴 어렵다”면서 “금융제도 뿐만 아니라 계획경제운용실태나 그 비중 변화 등 전반적인 북한 경제시스템에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