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北 어디로? “치명적 위기 닥칠 가능성”

김정일 사망 이후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포스트(Post) 김정일 체제의 성공적인 안착 가능성에 쏠렸다. 수 십년간 1인 절대권력을 행사해 온 김정일의 부재는 과연 북한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포스트 김정일’./김영환 저


국내외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한 각종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통치 능력이나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상적인 모습에 치우친 해석들이 많다는 평가다.


그런 가운데 북한 체제의 속성과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을 기반으로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관측해 보는 책이 출간됐다.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며 주체사상운동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펴낸 ‘포스트 김정일'(시대정신)이다.


저자는 두 차례 밀입북을 통해 김일성과 직접 만났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의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북한 체제가 수령독재체제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공개 전향을 통해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했다.


30년 가까이 북한 체제 내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 왔다는 점에서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미래를 가장 내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저자는 “세계 최악의 잔인한 독재자인 김정일이 죽었지만 그가 후계자로 지명한 셋째 아들 김정은이 독재자로서의 지위를 이어받아 왕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공산주의를 내걸고 있는 국가에서 3대 세습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3대세습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이 자신의 사망 이후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했고 자신이 구축한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2중, 3중의 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김정일이 사망했다고 당장 북한 체제가 흔들린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권력 승계 과정 곳곳에 위험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결국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책에서는 먼저 김정일 사후 김정은으로의 권력이 순조롭게 이양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의 미래를 이끌어갈 김정은에 대한 인물 탐구와 김정은 시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 있을지 등을 점쳐본다. 이 외에도 북한 붕괴 가능성과 통일 전략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김정은에 대해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북한에 있을 때도 일반인들과 철저히 격리돼 다른 삶을 살았다. 때문에 인민·간부·간부자제 등과 유대·연대 의식이 극히 낮다”면서 간부들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김정은의 ‘지도자 자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김정일은 칭송과 아부 속에서도 간부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을 다루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하게 그들과 교감했기 때문”이라면서 “김정은에게 이런 것을 교육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김정은이 이를 제대로 학습했는지는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왕자(王子) 신분인 김정은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북한과 같은 경직된 사회에서 가장 경직된 그룹인 군대 장교들과 교감을 나눈다는 것도 극히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경호나 기타 다른 문제 때문에 군 장교들과의 접촉면조차도 넓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이 김정은 후계를 사실상 수용했고 북한 내 간부들 중에서도 반발하는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는 등 당장 김정은 후계체제에 부각되는 뚜렷한 장애물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체제가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탁월한 권력장악능력에 의해 지탱됐다는 점에서 김정일의 사망으로 후계체제를 포함한 북한체제 자체가 치명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 체제 전환과 관련해서는 “일부에서는 북한이 붕괴되어 혼란이 생기면 남한의 경제나 사회, 안보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극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데 이는 동포애적 관점에서 보나 인류애적 관점에서 보나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며 “북한의 민주화는 빠르고 늦고의 차이가 있을 뿐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고통에 빠져 있는 북한 동포를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구출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책에서는 재스민 혁명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민주화 영향, 중국 위협론, 북한이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과 통일 독일과의 상관성 등 북한 체제 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국제적 이슈들도 다루고 있다.


오늘날 다시 극적인 기로에 서게 된 한반도의 모습은 ‘주사파 대부’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극적인 전향을 한 저자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런 면에서 ‘포스트 김정일’은 안갯속에 휩싸인 듯 불투명한 북한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유익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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