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성의표시했지만 메시지는 없어

고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 참석차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은의 구두(口頭) 친서를 받고 3일 돌아왔다.


현 회장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북측의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정몽헌 전 회장을 추모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 구두 친서는 ‘정몽헌 전 회장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회장은 “개성공단 문제,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해서도 북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김정은 구두 친서는 남측인사에 대한 첫 번째라는 점과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제안에 대해 북한이 일주일 째 침묵하는 상황에서 전달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친서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친서에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나친 확대해석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공식논평을 생략한 통일부 내부에서는 “현 회장과 현대아산에 대한 코멘트일 뿐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시사점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정은 구두 친서 전달과 원 부위원장 일행의 행사 참석은 정주년(5년, 10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의 관례를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10주기 당시 김정일이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에 구두 친서와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대남관계에서도 의전상으로는 아버지 방식을 답습하며 ‘최소한의 성의표시’에 머물렀다 해석도 덧붙여 진다. 


이날 현 회장은 “추모식 후 관광시설을 둘러본 결과 외관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추후 관광을 위해서는 정밀 진단과 개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년 이상 관광이 중단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는 결코 금강산 관광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08년 7월11일 관광객 고 박왕자씨가 북한군에게 피격되는 사건으로 중단됐다. 2009년 8월 현 회장과 김정일이 만난 직후 북한 아태위와 현대그룹사이에 관광재개 5개항 합의가 이뤄졌으나, 우리정부의 재발방지 대책 요구를 북한 당국이 거부함에 따라 지금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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