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일=명절’ 부담?…”부친에 도전 평가우려”

북한이 김정은의 생일을 기점으로 그에 대한 우상화를 전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에 대한 추모열기, 경제난 등을 고려해 공식행사는 자제하고 있지만 북한 매체 등을 통해 ‘김정은 띄우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8일 김정은의 생일과 관련한 행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공장기업소 근로자들도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지난해는 생일날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휴무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요청이 없었다”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기념일을 제정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조선·평양 주체102(2013)년 달력’에도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태양절,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표기하고 공휴일인 빨간색으로 표시한 반면, 김정은 생일(1월8일)은 평일이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1968(56세)년과 1976(34세)년에 법정공휴일로, 1974(62세)년과 1992(50세)년에 각각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했다.


다만 생일 전날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소학교와 유치원, 탁아소 등에 사탕과자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국가명절인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마다 어린이들에게 사탕 등을 선물해 ‘친근한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해 왔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정은의 생일 3일 전인 5일 개편된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는 초기 화면에 ‘김정은 동지의 혁명활동’ 란만이 있고, 김일성·김정일 관련 란은 없어졌다. 8일 초기 화면에는 ‘김정은 동지의 로작’ 란이 새로 추가됐다.


북한이 운영하는 ‘내나라’ 사이트에서는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발간된 김정은의 생년월일에 대한 소개 없이 그의 ‘약력’과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출간한 그의 ‘로작’ 네 편을 소개하고  ‘조선의 소리’ 사이트에서도 김정은의 ‘로작’ 란을 개설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날 북한은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은의 과거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김정은이 ‘준비된 지도자’임을 선전했다.


생일 이틀 후인 10일에는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의 상단에서 김일성·김정일의 로작과 혁명활동 란 앞에 ‘김정은 동지의 혁명활동’ 란을 별도로 만들었을 뿐이다.


때문에 북한이 아직 김정은의 생일을 명절로 공식화하긴 이르지만 서서히 김정은의 생일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김정은이 로켓 발사 성공을 내세우면서 김정일의 유훈을 여전히 앞세우고 있고, 경제난으로 내부 사정이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 북한이 당분간 ‘김정은 생일’과 관련해서는 차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위 탈북자는 “김정일에 대한 효심을 부각시키면서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1년 만에 명절로 지정할 경우 아버지의 권위에 너무 빨리 도전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김광인 북한정보센터 소장도 데일리NK에 “신년사에서 ‘경제 강국 건설’을 과제로 설정하는 등 경제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생일을 부각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지면 국가명절로 지정해 성대히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에 국가명절로 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것 같다”면서 “경제적 성과를 내는 등 업적을 쌓으면 곧바로 국가명절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생일이 국가명절로 지정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가명절로 지정하는 것은 수령과 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정령으로 가능하다.


김 소장은 “북한은 이후 ‘원수님께서 사회 여러 부문에서 국가명절로 하자는 것도 만류했다’는 식으로 김정은의 인민 사랑을 부각시키는 선전에 활용할 것”이라면서 “경제적 성과가 나오면 당, 군 등의 충성경쟁을 통해 국가명절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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