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평양가방공장 현지지도를 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평양가방공장이 연간 24만 2천여 개의 학생가방과 6만여 개의 일반가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현대적인 가방 생산 기지로, 지난해 7월 초 평양시 통일거리에 착공됐다”고 소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평양가방공장 현지지도에서 “상표를 특색 있게 만들 데 대한 문제, 질 제고에 큰 힘을 넣어 공장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만들어야한다”면서 “가방생산의 다종화, 다양화, 다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안창작을 잘하고, 연령과 신체적 특성에 맞게 가방의 규격화를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은 “레이저 재단기를 비롯해 북한의 힘과 기술로 만든 현대적인 설비들을 잘 갖춰놓았다”며 “설비의 국산화 비중을 95% 이상 보장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어 평양가방공장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방을 많이 생산한 점과 관련해 “우리의 힘으로 질 좋은 가방까지 생산해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힘겨워도 보람 있는 일을 하나 또 해놓고 보니 가슴이 뿌듯해진다”고도 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시장화’ 진전으로 평양 주민들은 옷, 신발 가방 등 제품 대부분을 시장에서 구매한다. 거래되는 제품은 물론 북한산(産)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중국·일본산이다. 성인여성 뿐만 아니라 여대생들에게도 있기 있는 외국 제품은 색과 디자인이 매우 다양해, 공장에서 생산된 북한 제품보다 훨씬 인기 있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북한산 제품은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경우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정은이 이번에 지시한 가방의 질(質)제고는 평양 시민들에게 한국·외국산(産) 이용보단 북한산 가방 애용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데일리NK에 “가방 질 제고는 인민들이 국산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단순히 국산화 애용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인민들이 사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민생 경제행보를 택한 것은 지난 1일 발표한 육성 신년사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자력·자강을 기치로 한 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가방은 경공업 제품으로서 인민생활과 밀접하기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애민지도자’를 내세우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장 책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이번 시찰은 경제적 행보를 통한 인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무기 등의 군사적 비중이 큰 것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국정중심을 민생경제에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인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은 이날 시찰에 안정수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경공업부장), 조용원·림준길 당 중앙위 부부장이 동행했다고 전했다.